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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한 달 전북교육감 '일방적 개혁' 과속주행?

namsarang 2010. 8. 2. 21:33

취임 한 달 전북교육감 '일방적 개혁' 과속주행?

 

교원평가 폐지·자율高 취소, 취임 이후 강경 정책 일관
"너무 성급하게 무리수 둬…" 他진보 교육감도 '거리두기'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익산 남성고, 군산 중앙고의 자율고 지정을 전격 취소하는 결정을 내리자 교육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그동안 곽노현 서울시교육감,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 다른 진보·좌파 교육감들도 자율고에 대해 "특권층 교육 기관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는 표했지만, 이미 지정된 자율고를 '지정 취소'하는 극단 처방은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진보성향 교육단체나 다른 진보·좌파 교육감측에서도 "김승환 교육감이 성급하게 무리수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다. 김 교육감은 이번 '자율고 지정 취소' 이전에도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튄다' '너무 과속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김승환 교육감은 지난달 1일 취임하자마자 교원평가의 근거 규정인 '교원평가 시행 규칙'을 폐지하는 입법 절차에 착수했고, 인사담당자 3명을 전원 교체했다. 같은 달 13~14일 전국단위 학업성취도평가 땐 "학생들 선택에 맡기겠다"고 발표했고, 실제로 전북지역에서 이틀간 292명의 학생(중복 포함)이 시험을 보지 않았다.

김 교육감은 취임 2주 만에 지역교육청 교육장 14명 중 12명을 교체하는 등 인사에서도 신속한 '물갈이'에 나섰다. 지난달 28일 전북대에서 열린 한국초등여교장협의회 하계연수회에선 축사 도중 "지방자치가 된 지 언젠데 국가에서 통제하려 하면 충돌이 일어난다" "교사도 변해야 한다" 등 자신의 교육관을 주장하다, 여교장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축사를 중단하는 일도 있었다.

이처럼 교원평가·학업성취도평가·자율고 등 중요한 사안에 대해 전북교육청의 기존 입장과 180도 반대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과정에서 김 교육감에 대한 찬·반은 극명히 갈렸다.

학부모단체인 '학사모'(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는 지난달 "교원평가제 폐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퇴출 서명운동을 벌이겠다"는 성명을 발표했고, 김 교육감 출근길에 피켓시위를 벌이며 '출근 저지 투쟁'도 벌였다.

전북도의회 이상현 교육위원장과 김현섭·조형철 의원(이상 교육위원) 등 민주당 소속 도의원 3명 역시 지난달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육은 정치실험의 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에 시행에 앞서 심도 있는 검토가 바람직하다"며 김 교육감의 교육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반면, 전교조 전북지부와 민노총 전북본부, 국민참여당 등 진보·좌파 단체들은 김승환 전북교육감의 과감한 정책을 적극 지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환 교육감이 유독 강경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교육 자치란 교육감이 지방교육행정을 그 자신의 권한과 책임하에서 집행해 나가는 것"이란 평소 철학 때문으로 보인다.

김 교육감 본인이 '강성 좌파'라는 지적도 있다. 전북대 교수 출신의 김 교육감은 한국헌법학회장까지 역임한 중견 법학자이지만, 동시에 전북교육연대 집행위원과 전북평화와인권연대 공동대표 등을 맡아온 '사회운동가'라는 것이다. 김 교육감은 진보적 교수 단체인 민교협(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 회원 출신이기도 하다.

문제는 일방통행식 진보 개혁을 밀어붙이다 보니 교육 현장의 잡음이 계속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나 김상곤 경기교육감 등 다른 진보·좌파 교육감들까지도 김승환 교육감과 '거리 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한 진보성향 교육감의 측근은 "교육 개혁이라는 것도 구체적인 법령에 근거해 차근차근 추진해야 하는데, (김승환 교육감은) 조금 급박한 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분위기로 볼 때, '자율고 지정 취소'나 '교원평가 폐지' 등 전북발(發) 급진 정책이 다른 교육청으로 당장 파급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은 이미 지정된 자율고는 '신뢰 이익'을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강원도교육청 역시 민병희 교육감의 핵심 공약이던 고교평준화 정책을 우선순위에 놓고 있어, 민족사관학교의 자율고 전환을 당장 중단하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다.

한 진보 성향 교육계 관계자는 "김승환 전북교육감이 먼저 총대를 메면서 논란은 활성화되겠지만, 너무 성급하게 정책을 바꿔버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게 전반적인 교육운동 단체들 분위기"라며 "진보가 권력을 잡았다고 한꺼번에 바꿔버리면 우리가 비판해온 현 정부 행태와 다른 게 무엇인가"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