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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발전 가져올 해군기지를 제 발로 걷어차나

namsarang 2010. 8. 4. 23:02

[사설]

제주도 발전 가져올 해군기지를 제 발로 걷어차나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2일 정부에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된 모든 공사의 중단을 요청했다. 미국에선 지자체마다 각종 편의를 내세우며 군사 기지 유치 경쟁을 벌인다. 국회의원이나 주지사는 자기 지역에 있던 기지가 폐쇄되면 정치적으로 치명적 타격을 받는다. 지역에 군사 기지가 들어서면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통령들은 어느 국회의원의 마음을 얻거나 그 의원에게 앙갚음을 하는 데도 군사 기지의 유지와 폐쇄를 정치 무기로 사용하기까지 한다. 국회의원들도 자기 지역 군사 기지 관련 예산의 삭감을 막기 위해 국방부를 대신해 뛴다. 대부분의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도지사와 지방의원들이 기지 건설 저지를 위해 저러고 있으니 어느 쪽이 정상(正常)인지 헷갈리기까지 한다.

정부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서귀포 강정 마을에 군사 기지를 겸한 관광 항구를 개발할 예정이다. 이지스함을 비롯한 해군 함정 20여척과 최대 15만t급 크루즈 선박(항해 유람선) 2척이 동시에 접안할 수 있는 항구다. 제주도로선 관광 자원을 하나 더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해군은 제주 남쪽 해역 해상 수송로의 안전을 확보하고 유사시 한반도 주변 해역을 지키려면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며 2005년부터 기지 건설을 추진해 왔다. 제주도 남쪽 해역은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가 지나는 핵심 무역 항로이고, 이곳을 통해 매일 40만t의 석유가 공급된다.

제주지역 일부 시민·환경단체와 정당들은 "평화의 섬에 웬 군사 기지냐"는 구호를 앞세워 기지 건설을 극력 저지해왔다. 현지 주민 450명은 해군이 기지 건설에 필요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기지 건설 계획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해군이 환경영향평가를 했고, 도지사와 협의했으며, 공청회 등을 통해 제시된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을 밟은 이상 절차에 문제가 없다"고 지난달 판결했다.

그런데도 제주도와 의회는 느닷없이 '절차적 정당성'을 내세워 공사 중단을 들고 나왔다. 제주도는 해군기지 건설의 대가로 제주도에 뭔가 큰 인센티브를 줄 것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고 들린다. '공사 중단'은 결국 중앙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협상 수단이라는 얘기다. 미국처럼 지자체가 앞장서 기지 유치 운동에 나서지는 않는다 해도 국가안보를 위해서나 제주 발전을 위해서나 꼭 필요한 기지 건설을 제주도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것은 아무리 해도 이해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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