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이런일 저런일

예수가 고발했던 가짜 평화

namsarang 2010. 8. 1. 16:07

[기고]

예수가 고발했던 가짜 평화

  • 이광선 목사·한기총 대표회장
               ▲ 이광선 목사·
               한기총 대표회장

북한에 간 한상렬 목사가 평양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을 천안함 희생자들의 살인 원흉이라고 한 망발에 대해 많은 한국 기독교인이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다. 기독교 안에 저런 입장도 존재할 수 있는지 그저 황당할 뿐이다.

그가 한국 대통령을 "천안함 살인 원흉"이라고 말한 것도 찬찬히 음미해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정부가 우리 관광객이 북한 군인의 총에 맞아 죽어도 그냥 입 닫고 있으면서 김정일의 비위를 맞추고,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였더라면 천안함 폭침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북이 천안함을 '응징'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그래서 모든 책임이 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야말로 사람을 46명이나 죽인 북의 책임을 흐리기 위해 오히려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전형적인 '친북좌파(親北左派)' 시각이다.

성경의 기록을 보면 국가가 처한 위기 시대에 평화를 외치는 거짓 예언자들에 대한 기록이 나온다. 한 목사가 북한 땅에서 벌여온 이른바 '평화운동 통일운동'의 행적들을 살펴보면 거짓 평화를 외치며 국가의 위기를 외면했던 거짓 예언자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거짓과 기만이 발견된다.

지금 교회 일각에는 남북관계가 대결구도로 가지 말고 평화를 향해 가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당연히 기독교는 평화를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그 평화는 참된 평화, 인권이 살아 숨 쉬는 평화를 말한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야 한다'고 인권 문제를 제기한다고 곧바로 깨지는 평화라면 그것은 회칠한 무덤에 불과하다. 예수님조차도 이러한 가짜 평화를 고발하면서 "내가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지 말라. 검을 주러 왔다"고 말씀하셨음을 잊으면 안 된다. 가짜 평화는 머지않아 폭력의 진짜 얼굴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천안함 희생자 가족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이들의 희생을 '대통령의 사기극'으로 치부했던 한 목사가 판문점에서 북한군의 안내를 받으며 남쪽을 바라보는 사진은 수십년을 살아온 대한민국 안에서 스스로 눈 감고 귀 막은 채 살아왔던 삶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북한에 머무는 동안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북한 선전기관의 최고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가 진정 민족의 평화와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동포들이 기도조차 할 수 없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부르짖는 간구(懇求)와 반인륜적 인권 상황을 똑똑히 듣고 보고 오기만 바랄 뿐이다.

한 목사도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종교의 자유가 말살된 평양은 국가의 탈을 쓰고 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사교집단(邪敎集團)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정치적 사교집단 아래서 절규하고 있는 북한 동포들의 현실을 똑똑히 보고 듣고 와 크게 뉘우쳐야 할 것이다.

한 목사뿐 아니라 우리도 북한 정권이 동포를 짓밟는 현실에 침묵·방관한다면 역사의 심판을 면할 수 없다. 우리가 북한 동포의 종말적 인권상황을 피하지 않고 양심 있게 행동한다면, 훗날 우리 민족은 꿈꾸는 것 같은 자유 통일을 함께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