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인선 정치부 차장대우
"결국 (천안함 사건은) 한·미·일 동맹으로 자기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미국과 (지방)선거에 이용하고자 했던 이명박 정권의 합동 사기극일 수 있다." "이명박이야말로 천안함 희생 생명들의 살인 원흉."…
한국진보연대 상임고문 한상렬 목사의 방북 중 발언 내용이다. 아침부터 독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 "어처구니가 없다"고들 했다. "북한의 공격에 내 자식 같은 젊은이들이 시퍼런 바다에서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했다. 많은 국민이 같은 생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한 목사가 지난 6월 12일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북한으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그가 어떤 말을 할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는 광우병 사태, 맥아더 동상 철거, 평택 미군기지 확장 저지,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저지 시위와 효순·미선 사건 당시 반미시위를 주도했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시위에서 그가 한 발언을 읽어 보면 이번에 북한에서 그가 한 말들은 놀랍지가 않다.
한 목사가 "(북한은) 이번에도 전쟁 위기감 속에서 평화 의지가 분명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 얘기나, "남녘 동포들은 김정일 국방위원장님의 어른을 공경하는 겸손한 자세, 풍부한 유머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 것도 전혀 이상한 것이 아니다. 그저 그가 늘 하던 대로 한 것이다.
통일부는 천안함 사태에 따른 대북 조치로 지난 5월 24일부터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을 제외한 다른 목적의 방북은 불허하고 있다. 한 목사는 정부에 신청하지 않고 북한으로 갔다. 한 목사와 같은 사람들이 이런 불법을 일부러 저지른다는 것도 이제는 웬만큼 알려졌다. 한 목사는 아마도 귀국한 뒤에 구속될 것까지 계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친북·진보 정당, 단체들이 이를 국가보안법을 조롱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도 알 것이다.
여기까지는 친북 인사들이 벌이는 이벤트의 뻔히 보이는 과정이다. 그런데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문제가 있다. 한 목사는 그의 '선배'들이 했던 대로 자신도 "8월 15일 판문점을 통해 남녘 조국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진보연대 등 좌파 세력들은 그의 환영행사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것도 이미 봐온 것이고, 익히 예상된 일이기는 하지만 왜, 언제까지 이들이 일반 국민 모두가 밟아야 하는 절차도 없이 대한민국 땅을 밟게 해야 하느냐는 것은 묻지 않을 수 없다.
한 목사도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귀국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라도 소정의 입국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다못해 개성공단을 오가도 출입국 절차가 있다. 한 목사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절차가 우스울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이를 무시해서 이 절차를 조롱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왜 한 목사의 이런 의도에 순순히 따라가야 하는가. 허가 없이 방북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고 해도 왜 돌아오는 것까지 제 맘대로 하게 놔둬야 하는지 알 수 없다. 한 목사가 돌아오고 싶다면 돌아오게 하되, 다른 국민들처럼 출입국 사무소를 통해 입국하게 해야 한다. 그와 북측이 판문점에서 또 다른 이벤트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게 주목을 끌어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는 것도 맘대로, 오는 것도 맘대로'인 고리는 끊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