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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 학생' 공부 기회 열렸다

namsarang 2010. 8. 24. 23:34

'미혼모 학생' 공부 기회 열렸다

'대안학교' 전국 첫 개교
미혼모 학생 85%가 학업 중단하는 문제 개선… 내년 전국 시·도로 확대

"우리 A양은 얼굴도 하얗고 너무 예쁘죠? 여기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열심히 공부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23일 오전 이찬미 사회복지사가 소개하자 반바지에 엉덩이가 덮이는 헐렁한 티셔츠를 입은 A양(15·중3)은 수줍게 인사했다.

전국 최초로 서울에 문을 연 미혼모 대안교육기관 '나래대안학교'의 첫날 수업 모습이다. 옆 자리에 앉은 학교 구성원을 소개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히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날 첫 수업을 받은 학생은 A양과 고교 1학년 학생 등 2명. 둘 다 일반 중·고교를 다니다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 이 학생들은 앞으로 나래대안학교에서 수업받은 시간을 정식 수업 시간 수로 인정받고, 이곳에서 졸업해도 본래 다니던 학교의 졸업장을 받는다.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혼모 대안교육기관‘나래대안학교’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미혼모 학생들을 위한‘예비 부모 교육’강의를 준비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교과 수업·부모 교육 동시에

서울시교육청이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미혼모 복지시설 '애란원'을 위탁 교육 기관으로 지정해 같은 건물에서 운영하는 나래대안학교는 미혼모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든 곳이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3일 공개한 '학생 미혼모 실태조사 연구'에 따르면, 전국 35개 미혼모 시설에서 생활하는 학생 미혼모 73명 중 85%가 학업을 중단한 상태로 나타났다. 많은 미혼모들이 임신 후 학교로부터 자퇴를 강요받거나, 출산과 자녀양육으로 학업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이다.

나래대안학교에 입학하고 싶어 23일 수업을 청강한 B양(17·고2)도 같은 경우다. 지난 5월 임신 사실을 알고 학교에 알리자 학교는 자퇴를 강요했다.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였다.

오는 12월 출산 예정인 B양은 "혼자 공부해서 검정고시를 쳐야 하나 막막했는데, 수업도 받고 본래 학교 졸업장도 딸 수 있는 대안학교가 생겨서 너무 기뻤다"며 "꾸준히 공부해서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내년에 모든 시도로 확산

나래대안학교에 입학한 미혼모들은 애란원에 머물면서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등 5개 과목을 하루 2~3시간씩 배우고, 나머지는 예비 부모 교육, 자격증 수업 등 다양한 특성화 교육을 받는다. 애란원 내에 탁아소가 있어 출산 후에도 아이와 함께 생활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 본래 다니던 학교로 돌아가는 시기는 출산 후 몸 상태 등을 고려해 학교와 상의해 결정한다.

현재 미혼모 대안 교육 기관을 지정·운영하는 곳은 서울과 인천뿐이다. 교과부는 내년까지 16개 시·도 교육청이 최소 1개씩은 미혼모 대안 교육 기관을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