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라리아 퇴치 캠페인' 위해 한국 온 크리돈 UN재단 수석본부장
美 이후 첫 캠페인 국가 "모기장 설치만으로도 30초마다 한 명씩 죽는 아프리카 嬰兒 살리죠"
"말라리아 퇴치요? 포기하지 않는다면 가능하다고 믿어요."25일 오전 서울 중구 파이낸스센터에 나타난 유엔재단(UN Foundation) 수석본부장 레슬리 크리돈(Creedon·43)씨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그는 "12년 전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던 소아마비도 완전한 퇴치에 근접했다"며 "모기장만 제대로 갖춰도 말라리아를 이길 수 있다"고 했다.
- ▲ 레슬리 크리돈 유엔재단 수석본부장이 ‘넷츠고’ 캠페인의 홍보 책자를 보여주고 있다. /심현정 기자
크리돈씨는 22일부터 3일간 서울광장에서 열린 '아프리카의 밤-말라리아로부터 보호하자(Night in Africa-Safe from Malaria)'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최근 한국을 방문했다. 이 행사는 올해 말까지 말라리아 발병률이 높은 아프리카에 보낼 모기장 구입비 30억원을 모금하는 캠페인 '넷츠 고(Nets Go)!'를 알리기 위해 유엔재단이 마련했다. 크리돈씨는 "말라리아는 아프리카 영아 사망률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며 "살충 처리된 모기장은 모기의 접근을 막고, 모기가 모기장에 닿는 즉시 죽어 말라리아 발병률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넷츠 고'의 모태는 미국에서 시작된 '나싱 벗 넷츠(Nothing but Nets·'오직 모기장'이란 뜻)'란 이름의 캠페인이다. 2007년 모금을 시작해 지난 3년 동안 3000만 달러를 모았다. 미국 스포츠 칼럼니스트 릭 레일리(Reilly)의 제안으로 시작해, 개인이나 기업뿐 아니라 종교단체와 미국프로농구협회(NBA)·미국프로축구리그(MLS) 등도 참여했다. 크리돈씨는 "스포츠 선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2주 전 아프리카 세네갈에 가서 모기장 구입 비용을 전달하고 왔다"고 말했다. 유엔재단은 이 사업을 미국 이외의 나라로 확대하며 그 첫 국가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크리돈씨는 "한국은 G20(선진 7개국과 개도국 모임) 정상회의를 열 정도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고 기부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며 한국이 첫 캠페인 국가가 된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크리돈씨는 브루킹스(Brookings)연구소와 미래를 위한 자원들(Resources for the future) 같은 유명 연구소를 거친 공공정책 전문가다. 그는 "전 세계에서 30초마다 한 명씩 말라리아로 죽어나가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못 본 척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유엔재단에서 일하게 됐다"고 말했다. 크리돈씨는 러시아에서 입양한 아이 둘을 두고 있다. "둘 다 6세의 어린 아이지만 러시아 시베리아 지역 보육원에 가서 함께 봉사활동을 했어요." 크리돈씨는 "아이들도 지구촌 시민으로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모금액은 유니세프(UNICEF)나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로 보낸다. 지금까지 총 15개 국가에 모기장이 전달됐다. 유엔재단은 한나라당 김효재 의원과 협의해 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11월에 여의도 국회에서 유엔 새천년개발목표(MDGs· Millennium Development Goals) 심포지엄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크리돈씨는 "말라리아 퇴치는 새천년개발목표 중 하나"라며 "한국 정치인들을 만나 입법기관도 동참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