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상징

(84) 기도- 다른 사람 돕는 방법으로 사용

namsarang 2010. 8. 26. 20:04

[성경 속 상징]

 

(84) 기도- 다른 사람 돕는 방법으로 사용


                                                                                                                                                        허영엽 신부(서울대교구 문화홍보국장)


   얼마 전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해 수술을 받았다. 난생 처음으로 병실에 누워 다음날 있을 수술을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두려움이 몰려왔다. 마음을 집중해서 기도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런저런 생각에 밤새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수술 당일 침대에 실려 수술실로 가는 동안 그 긴장감은 극에 달했다. 머리 위 천장으로 휙휙 지나가는 형광등을 보니 심장이 자꾸만 쿵쿵 뛰었다.

 드디어 수술실 앞, 저 안에서 나는 어떤 경험을 하게 될까.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원목실 수녀님이 수술실 문 앞에서 내 손을 꼭 잡고 기도해주셨다. 그때 수녀님이 무슨 내용으로 기도를 해주셨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진심을 다해 기도해주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녀님의 기도가 끝나자 놀라운 일이 생겼다. 나를 짓누르던 두려움이 걷히고 마음이 평안해졌다.

 수술실로 향하는 문이 열리고 대기실에 누워 순서를 기다리고 있을 때였다. "신부님! 제가 기도해드릴까요?" 나는 봉사자에게 눈으로 대답했다. "영광입니다. 신부님을 위해 기도해드릴 수 있어서." "아뇨, 제가 감사하죠."

 함께 기도하는 동안 내 눈에 감사의 눈물이 맺혔다. 옆 침대 환자도 그 봉사자에게 기도를 청했다. 그는 신자가 아닌 듯했다. 커튼 너머 기도를 들으며 이제는 나도 그 환자와 가족을 위해 기도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

 얼마나 지났을까, 여러 개의 방과 복도를 지나 수술방에 도착했다. 여러 명의 의료진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수술대에 옮겨져 누우니 조금 춥다고 느낄 뿐 오히려 담담했다. 그래도 내 얼굴에 긴장이 남아 있었을까, 간호사 한 분이 내 손을 꼭 잡아줬다. 수술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지만, 웃는 눈으로 '신부님을 위해 기도할게요'라고 말하는 듯했다. 나는 고맙다는 마음을 담아 고개를 끄덕였다. '아! 나를 위해 누군가가 대신 하느님께 기도하고 있다.' 내 마음은 아주 평안해졌다.

 성경 속 등장 인물의 삶은 기도로 가득 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도는 마치 어머니 무릎에서 아기가 쉬고 있는 것처럼 하느님과 친밀한 만남을 드러낸다. "오히려 저는 제 영혼을 가다듬고 가라앉혔습니다. 어미 품에 안긴 젖 뗀 아기 같습니다. 저에게 제 영혼은 젖 뗀 아기 같습니다"(시편 131,2).

 또 성경에서 기도는 다른 사람을 돕는 방법으로 사용됐다. 성경의 인물들은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하느님께 기도했다. 신약의 사도들도 자신의 사목 활동을 위해 교회 신자들에게 기도를 요청했다. "나를 위하여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나와 함께 싸워 주십시오. 내가 유다의 순종하지 않는 자들에게서 구출되고 예루살렘을 위한 나의 구제 활동이 성도들에게 기꺼이 받아들여지도록…"(로마 15,30-31).

 또 기도는 많은 병자들을 치유하는 도구였다. 사도들은 예수님 이름을 부르며 기도할 때 많은 기적을 체험했다. 치유 기도는 단순히 몸만이 아니라 정신까지도 구원하는 전인적 치유를 일으켰다. 치유해주시는 분은 바로 하느님이시다. "그분께서는 아프게 하시지만 상처를 싸매 주시고 때리시지만 손수 치유해 주신다네"(욥기 5,18).

 고통 중에 있는 이들의 치유를 청하는 기도야말로 가장 큰 봉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