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종이 아들 성녕대군 명복 빌기위해 절 지어
통일로와 공릉천이 지나는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은 성녕대군·경안군·경혜공주 등 조선시대 왕자와 공주의 묘가 30여기나 모여 있는 곳이다. 중국으로 가는 길목인 데다 서울과 가까워 왕실에서 이곳에 묘를 많이 썼다고 전한다. 대자동은 또 고양군청이 150년 동안 있었던 유서 깊은 마을로 고려 최영 장군의 묘와 연산군 때 금표비(禁標碑) 등 문화 유적도 많다. 파주시와 경계를 이루는 지금의 국사봉 아래에는 군청터가 아직도 남아 있다.
- ▲ 대자동 성녕대군 묘 인근의 대자사(大慈寺) 터. /고양시 제공
태종은 막내 아들인 성녕대군(誠寧大君)이 1418년 홍역에 걸려 겨우 13세의 나이로 죽자 이곳에 묘를 만들고 근처에 '큰 자비를 내린다'는 뜻으로 대자사를 지었다. 세종의 친동생이기도 한 성녕대군은 어려서부터 의젓하고 총명해 태종과 어머니 원경왕후(元敬王后) 민씨의 총애를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원경왕후는 성녕대군을 잃은 슬픔에 불과 2년 뒤인 1420년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사라지고 터만 남아 있는 대자사는 당시 100칸이 넘는 큰 절이었다고 전한다. 특히 세종 때는 승려만 120여명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후 불교를 억제하고 유교를 숭상하는 억불숭유(抑佛崇儒) 정책에 따라 대자사는 쇠락의 길을 걸었다. 연산군은 이곳에 금표비(백성들의 출입을 금하는 비석)를 세워 놓고 유흥과 사냥을 즐기기도 했다.
태종과 원경왕후의 사랑을 듬뿍 받은 성녕대군의 묘는 대자산 기슭, 필리핀군 한국전쟁 참전기념비 근처에 자리 잡고 있으며 1986년 일찌감치 고양시 향토문화유적 제2호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