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정신·원천기술·강한 中企… 아직 우리가 日서 배울 것 많아"
"韓·日 거리감 여전히 크게 느껴… FTA 실현으로 극복할 수 있어"
◆이윤우 부회장韓·中·日은 아시아 공동체… 단일시장으로 보고 전략 짜야
최근의 '삼성 배우자'는 분위기, 日기업에 대한 독려차원일뿐
"최근 일본에서 '삼성을 배우자'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일본 기업이 더 잘하라는 독려의 의미입니다. 일본은 여전히 기초 과학과 소재·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우리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워야 할 게 많습니다."
- ▲ 삼성반도체 신화의 산증인이다. 과장 시절인 1976년부터 20년 넘게 삼성의 반도체 사업을 이끌었다. 1983년 한국 최초의 메모리반도체인 64KD램·256KD램 개발을 주도했으며 단 6개월만에 기흥의 야산을 깎아 반도체 공장을 건립한 것도 유명한 일화이다. 그는 기흥반도체연구소 장, 반도체 총괄 대표, 삼성전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등을 역임했다. /주완중 기자 wjjoo@chosun.com
그는 "일본에서 전자산업을 배운 우리 기업이 미래에 일본 기업의 경쟁자이자 좋은 파트너로 함께 성장할 것"이라며 "한·일 양국이 중국과 함께 FTA(자유무역협정)를 조기에 체결, 역내(域內) 교역을 활성화하고 세계 경제를 주도할 수 있는 경제적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한·일 경제 관계는 과거 일방적인 따라잡기에서 지금은 대등한 관계로 발전했다. 앞으로의 발전방향은.
"한국에서도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지만 아직은 극복해야 할 과제가 많다. 특히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저력을 발휘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인 자기 혁신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일본 기업과 대등한 위치에서 경쟁자이자 좋은 파트너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한·일 기업은 협력보다 경쟁 관계라는 인식이 강하다.
"최근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열린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트렌드다. 양국 기업도 각각의 핵심역량을 결합해 새로운 기술과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삼성은 과거 일본 산요로부터 기술을 도입했는데.
"1960년대 후반 삼성이 전자산업에 뛰어들 때 일본 산요와 NEC로부터 기술과 경영을 배웠다. 삼성 연구원들을 일본에 보내 기술연수를 시키고, 삼성산요전기와 삼성NEC 등 2개의 합작법인을 설립해 기술과 경영을 배웠다. 나는 1968년 삼성물산으로 입사했지만 곧 삼성NEC로 옮겨 전자분야의 일을 했다. 일본과의 합작 법인은 TV와 라디오, 관련 부품을 생산했으며 삼성전자 설립의 모태가 됐다."
―소재·부품 분야에서 일본이 특히 강한 비결은.
"일본은 'only one'(유일한)의 기술력을 보유한 중소기업들이 많다. 특유의 장인정신과 지속적인 핵심역량 강화, 가업 승계 등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완제품을 생산하는 대기업과 오랫동안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일본의 대·중소기업 협력관계도 배워야 할 점이다."
―중국의 부상이 눈부시다.
"중국은 생산거점에서 세계 최대의 소비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TV와 자동차의 시장규모는 이미 미국을 앞질렀다. 하지만 중국의 급성장은 삼성전자에 기회이자 위협요인이다. 중국은 '자주창신(自主創新)'이란 이름으로 자국기업 육성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하고 있는데, 이는 중국 기업의 적극적 해외 진출로 이어져 글로벌 시장의 무한경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동북아 경제의 비중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젠 한·중·일을 아시아공동체로 봐야 한다. 한·중·일을 하나의 시장으로 놓고 경영전략을 짜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일, 한·중 FTA를 조기 체결해 역내 교역을 더 활성화하고 한·중·일 3국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은 경제적 리더십을 확대해야 한다."
―북한 이슈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북한 이슈가 잘 해결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국가 신용등급이나 주가에 대한 저평가)가 해소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 사이에선 국가 리스크(risk·위험)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이런 부분이 좋아질 것이다."
◆오카 모토유키 회장
韓·日기업 오랫동안 '윈윈'… 최근 '파트너 관계'로 발전
인프라 분야 협력 커질 것… 저출산·고령화도 공통과제
오카 모토유키(岡素之) 스미토모(住友)상사 회장은 상사맨답게 말했다. 고도성장시대 이후 한국과 일본 기업이 오랜 관계를 맺은 것은 '윈윈(win-win)'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는 양국 기업의 윈윈 관계가 '트레이드((trade·상거래)'를 넘어 '파트너(동반자)'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30년 이상 이어진 한국과의 현장 경험에서 나온 결론이다. 27일 도쿄 스미토모상사 본사에서 마이니치신문 취재팀과 함께 그를 만났다.
- ▲ 일본 고도성장시대를 이끈 ‘상사맨’의 전형이다. 일본 전후 최대 ‘이자나기 경기(景氣)’가 시작된 1966년 평사원으로 스미토모상사에 입사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만 6년간 사장을 지냈다. 현재 회장. 1970년대부터 한국 기업과 관계를 맺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함께 진행 중인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자원개발은 그가 사장 때 시작한 사업이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1977년 미국 근무 발령을 받았을 때, 상사가 '미국에서 (한국) 동부제철의 제품을 열심히 판매하는 것이 당신 일이니 동부 공장부터 가보라'고 했다. 동부제철은 일본 철강회사의 강판과 코일을 대량으로 사주던 고객이었다. 동부가 생산한 파이프를 미국에 팔수록 우리 코일을 동부에 더 팔 수 있다는 생각이 있었다. '기브 앤 테이크'였다. 한국과의 첫 만남이었다."
―그때 한국기업이 지금처럼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나?
"당시엔 이해가 충분하지 않았다. 관계가 깊어진 것은 한국 중공업 회사들이 인도의 해양개발 프로젝트를 통째로 수주한 1980년대 중반이었다. 이 사업에 일본 철강을 판매하려고 빈번히 한국에 출장을 갔다. 비즈니스가 중심이었지만 한국의 문화를 접하면서 더욱 가까워졌다. 우리 고객, 파트너의 부인이 만든 김치를 먹은 적도 있다."
―그동안 한국은 어떻게 변했나?
"엄청나게 성장했다. 글로벌 사업을 포함해 엄청난 경쟁력을 확보했다. 가격, 품질, 기술, 서비스도."
―기업 관계에서 달라진 것은.
"한국 비즈니스의 대부분은 제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 '수평분업'이라고 한다. 한국 기업이 만들어 수출하는 제품의 부자재(副資材)를 일본이 공급하는 '트레이드' 관계였다. 여기에 '사업 파트너' 관계가 더해졌다. 앞으로 이 관계가 더 커질 것이다."
"일본과 한국 기업의 공동 사업 중 가장 규모가 크지 않을까. 러시아와 우즈베키스탄에선 KT와 통신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아부다비 IPP(민자발전사업)는 한국전력을 파트너로 삼고 상담 중이다."
―한국과 손을 잡는 이유는?
"한국 기업의 강점, 일본 기업의 강점을 호환하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는?
"자원·인프라 분야에서 사업파트너십이 늘어날 것이다. 정부도 ODA(공적개발원조)와 같은 국제 분야에서 협력하고 있다. '저출산·고령화'라는 커다란 테마도 공통 과제로서 논의할 수 있지 않을까."
―삼성전자처럼 일본 기업을 위협하는 한국 기업이 나오고 있다.
"기업은 경쟁이 기본이다. 동시에 협력할 것을 찾아가는 것이다. 공동출자회사 등을 통해 함께 큰 시장을 향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서로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신뢰를 강화하는 것이다. 자주 만나고 만화영화·방송·영화 등 콘텐츠 분야에서 서로 적극적으로 교류하는 것도 상대를 이해하는 데 효과적이다."
―한·일 FTA(자유무역협정)에 대한 기대는?
"EPA(경제연대협정·일본에선 FTA보다 약간 범위가 넓은 EPA란 용어를 주로 사용)가 좋은 방향으로 가는 일·한 관계의 흐름을 더 빨리할 수 있다. EPA 성공을 위한 장애물은 명확하게 나와 있다. 의지와 리더십으로 양보하면 된다."
―한·일 FTA의 효과는?
"두 나라 국민은 '이웃'이라고 하면서도 상당한 거리감을 느껴왔다. 이것을 불식시키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제도와 룰이 개선되면 기업 간 파트너십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급성장하는 중국과 어떻게 가야 하나.
"경쟁 관계가 기본이다. 가격·품질·서비스 등 종합 경쟁력을 강화해 경쟁 우위에 서야 한다. 서로 연대해 함께 자원을 공동 개발하는 것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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