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韓·日 강제병합 100년

[3] 일본 대학 한국 유학생·한국 대학 일본 유학생서로 좋은 점, 나쁜 점

namsarang 2010. 8. 31. 15:38

[韓·日 강제병합 100年, 내일을 말한다] [서울의 일본인 유학생]

"한국 드라마 좋아하다 한국으로… 反日감정 생각처럼 심하지 않아"

[3] 일본 대학 한국 유학생·한국 대학 일본 유학생
서로 좋은 점, 나쁜 점 공존 한·일 민간 네트워크 만들어 환경·인권 등의 문제 공동해결을

얼마 전까진 한국 유학생이 일본의 발전상을 배우기 위해 현해탄을 건넜다. 최근엔 한국을 배우기 위해 바다를 건너는 일본 유학생이 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젊은이와 일본에 대한 저항감없이 자연스럽게 교류하고 있다"면서 "더 깊이 있는 교류를 할 수 있도록 정보와 기회가 늘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지난 23일 마이니치신문 서울지국에서 진행된 좌담회에는 오이카와 히로에(35·연세대 박사과정), 유야마 아쓰시(湯山篤·29·서울대 박사과정), 다카시마 가오루(高島薰·21·고려대 교환학생) 등 3명이 참석했다.


한류붐에서 출발한 한국 호감

다카시마 가오루=고교생 때 한류붐이 한창이었고, 어머니와 한국 드라마를 즐겨 봤다. 알아듣진 못했고 한국어를 듣는 것이 참 좋았다. '한·일고교생 교류캠프'에 참가해 한국 학생과 친분을 쌓았다. 대학생이 돼선 제2외국어로 한국어를 택했다.

유야마 아쓰시=대학생이던 2002년, 일본인 납치문제가 큰 이슈였다. 지도교수가 '사회문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해 공부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일 월드컵, 한류붐도 한국에 대한 관심에 영향을 미쳤다.

오이카와 히로에=대학시절 캐나다에 유학갔는데 가장 사이가 좋은 친구가 한국인이었다. 전쟁책임, 역사문제 얘기 때, 아무 대답을 못하고 '미안하다'고 사과만 했다. '한국을 좀 더 알아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에 진학해 재일교포 문제를 연구했는데, 재일교포 1세 할아버지에게 '한글도 모르면서 무슨 재일교포 연구냐'란 핀잔을 듣고 유학을 결심했다.

한국에서 유학 중인 일본인 학생들이 마이니치 지국 서울 사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오이카와 히로에(35·연세대 박사과정), 다카시마 가오루(21·고려대 교환학생), 유야마 아쓰시(29·서울대 박사과정)씨.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

오이카와='왜 하필 한국이야?'란 질문을 듣는다. 교과서 문제 등이 터질 때마다 '반일 감정이 심각하다는데 살기 괜찮니?'란 걱정도 많이 듣는다. 반일 감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나 위험은 없다. 한국 사람의 정과 따스함을 접하면서, 한국상(像)은 달라졌다.

다카시마=반일감정을 알기도 전에, 한국인과 친분을 쌓았다. 그래선지 한국 이미지는 나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월드컵 일본과 파라과이 경기 때 한국인들이 파라과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응원하고 일본이 지는 걸 좋아하는 모습에 껄끄러움을 느꼈다.

유야마=일본인이라고 신변 위험을 느낀 적은 없다. 예전엔 일본인 신분을 감춰야 했다고도 하는데, 한국에서 3년간 한번도 내 신분을 감춘 적이 없다.

"과거에 대해 묻지 않아"

다카시마=한국에 오기 전 '한국인들은 일본 드라마나 문화는 좋아하지만 일본인 자체가 좋은지는 별개 문제로 생각한다'고 들었다. 아주 친한 친구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적힌 운동화를 신고 있는 걸 보고 '아 그렇구나'하고 깨달은 적도 있다.

유야마=한국에 3년 전 왔는데 역사관에 대해 질문받은 건 딱 5번이었다. 전부 술자리에서. 사실 깊게 논쟁할 자신은 없다. 하지만 한국 젊은이들도 아주 자세히는 잘 모르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한국에도 배울 점 많아"

다카시마=서로 좋은 점, 나쁜 점이 공존하는 것 같다. 한국에도 일본인이 배울 점들이 있다. 버스에서 한국 젊은이들은 나이 든 분들에겐 당연하다는 듯 양보를 잘 한다.

오이카와=일본은 서비스업, 기술 등에서 앞서나갔지만 지금은 정체기다. 반면 한국은 빨리빨리 문화가 발달해서인지 신중함이 부족한 듯 하다. 대신 에너지는 충만하다.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는

유야마=올해 서울에 있는 일본 대사관에서 한·일 유학생 교류회가 처음 열렸다. 이런 식의 촘촘한 교류의 장을 지속한다면 미래도 밝아지지 않겠는가.

오이카와=한·일 공동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환경, 인권 등의 문제가 많다. 민간 네트워크를 만들어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역사를 배우는 것은 일본 젊은이만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말하지만, 한국도 베트남전쟁 등에 참전해 일부분 가해자로서의 역사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카시마=고교생 때 '한·일교류캠프'에 참여했다면 친구들이 '어디에서 정보를 얻었느냐'며 무척 부러워했다. 장기교류를 계속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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