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상우의 그림 읽기]
소유할수록 좋은 것들
안빈낙도, 채수철 그림 제공 포털아트
어느 날 인터넷 블로그에 ‘무소유 팝니다’라는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무소유를 팔다니, 무슨 말인가 싶어 클릭합니다. 어이없게도 법정 스님의 저서를 정가보다 더 비싼 가격으로 팔겠다는 알림글입니다. 무소유까지 사고파는 세상. 참으로 기막힌 자본주의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세상에 진 글빚을 저세상까지 가져가고 싶지 않다며 자신의 저서를 판매 금지해 달라는 유서를 남긴 법정 스님도 중고책 판매는 염두에 두지 못했을 터이니 참으로 씁쓸한 일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무소유(無所有)는 가진 것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정 스님의 수필집을 통해 널리 알려진 말이지만 근원은 본디 인도 자이나교의 수행 전통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자이나교 승려들은 무소유를 실천하기 위해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수도생활을 한다고 합니다. 간디의 무소유와 비폭력도 자이나교의 가르침과 관련이 있습니다. 불교에서는 단순하게 소유하지 않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번뇌의 범위를 넘어 모든 것이 궁극으로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삼매의 경지를 무소유처(無所有處)라고도 합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서 무소유라는 말이 무절제하고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무조건적으로 소유를 죄악시하거나 무조건적으로 버리고 비우라는 타성화된 강론을 위해 남발되고 있음을 또한 봅니다. 무소유를 앞세우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 자체가 소유의 부정적인 측면을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셈입니다. 우리 사회의 소유문화가 워낙 부정적이다 보니 무소유라는 말이 횡행하겠지만 더 깊은 의미를 되새김으로써 무소유보다 더 큰 소유가 있음도 알아야겠습니다.
이 세상에 인간이 자신의 소유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기를 써도 누구나 무소유로 왔다가 무소유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소유의 노예가 되어 상대적인 박탈감에 시달리고 서로 더 많이 소유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투합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욕심과 욕망은 더욱 부풀어 자기 삶을 소유의 노예로 전락하게 만듭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나에게 주어진 것은 원래 나의 것이 아니니 잘 가꾸고 소중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재물이건 재능이건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어지고 더 많은 사람에게 베풀고 싶어집니다. 나눔과 베풂이 이루어지고 나와 남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바로 그 순간 소유도 무소유도 빛을 잃게 됩니다. 그런 것을 따져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상에는 많이 소유할수록 좋은 것이 있습니다. 나누는 마음, 베푸는 마음, 감사하는 마음,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는 마음입니다. 진실을 나눌 수 있는 벗과 사귀는 일, 좋은 책을 읽는 일, 좋은 소리를 듣는 일, 좋은 말을 주고받는 일, 좋은 경치를 보는 일, 훌륭한 예술작품을 감상하는 일…. 훌륭한 인생은 물질적 풍요가 아니라 정신적 풍요로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물질처럼 쉽사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마음에 오래 남는 것을 많이 소유하고 살아야겠습니다.
박상우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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