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
학교체육 살리기
미국 일본 유럽에서 자녀를 초중고교에 보낸 적이 있는 부모들은 학생들의 활발한 방과후 체육활동에 놀란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기숙사생활을 하는 사립학교는 방과후 체육활동이 필수다. 대부분의 학교가 실내체육관과 수영장을 갖추고 있다. 공립학교 학생들은 학교수업이 끝난 뒤 동네 공원 잔디구장이나 학교 운동장에서 각종 스포츠를 즐긴다. 미국에는 자녀의 축구활동 뒷바라지에 열성적인 ‘사커맘’이 많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6년 이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종종 딸이 뛰는 축구경기를 보러 간다.
▷야간자율학습과 학원순례로 잠잘 시간도 부족한 우리 청소년들을 생각하면 안쓰럽기 짝이 없다. 방과후 체육활동 기회는 부족하고 체육시간마저 줄어드니 체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50m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오래 걷고 달리기, 팔굽혀펴기, 제자리멀리뛰기 등 6개 항목의 신체능력검사에서 최하위 4, 5등급을 받은 서울의 중고교생이 2000년 31%에서 2009년 53.2%로 늘었다. 학생 신체활동 가이드라인인 ‘7560+운동’(일주일에 5일 이상 하루 60분 이상 운동하기)을 실천하는 학생은 13.3%에 불과하다.
▷체육활동은 체력을 향상시키고 협동심이나 공동체의식 같은 인성을 함양하고, 뇌에 혈액과 산소 공급을 늘려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된다. 뇌 연구 권위자인 존 레이티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운동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키고 우울증 해소를 돕는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성장기에 이뤄지는 학교체육은 체육활동을 생활화해 생활체육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2015년까지 학교스포츠클럽의 등록학생 비율을 지난해 27.4%에서 50%로, 지난해 13.4%였던 ‘7560+운동’ 실천율은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영국의 이튼스쿨처럼 학생들이 다양한 스포츠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학교생활기록부에 스포츠 동아리활동 내용을 기록하고 입학사정관제 입시에 반영하는 방안도 내놓았다. 아이들을 튼튼하게 키우려는 야심 찬 정책이 정작 체육활동은 증진하지 못하고 입시 전형자료만 더 늘리는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될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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