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71) 어른이 되려면

namsarang 2010. 10. 4. 21:08

[아! 어쩌나?]

 

(71) 어른이 되려면




Q. 어른이 되려면
 어린 시절에 아버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습니다. 부족할 것 없이 모든 것을 다 갖춘 상태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습니다. 아버지는 제가 하는 말이라면 무엇이든 들어주셨고, 저는 늘 제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공주병'이라는 말이 많았지만, 그런 소리는 없는 사람들이나 하는 소리라 여기고 귓등으로도 안 듣고 살다 남편을 만났습니다. 남편은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저를 아주 좋아해 결혼하고 잘 살았는데, 남편 사업이 잘 안 되고 나서부터 저에게 가끔 듣기 싫은 소리를 하곤 합니다. 철이 없다는 둥 어른이 되려면 멀었다는 둥…. 이제는 남편뿐 아니라 아이들도 "엄마는 왜 그래?"하면서 눈을 치켜뜹니다.
 
 이런 것이 힘들어 친정에 하소연을 했는데 언제부턴가 그것도 어려워졌습니다. 왠지 친정 식구들이 저를 피곤해하는 기색이 보여 자존심 상해 그것도 그만뒀습니다. 저는 감정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편이고 스트레스가 쌓이면 바로 풀어야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뒤끝이 없어서 성격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그런 성격이 지금은 걸림돌이 되는 듯한 느낌이 드네요. 어른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어린 시절에 그렇게 사시다가 힘든 현실을 만나 마음이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고, 진정으로 어른이 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으니 너무 급하게 마음먹거나 자신을 비하할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한 열망을 갖고 삽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 때문이지요.
 
 그러나 현실적인 '참 어른'이란 어린 시절 생각과는 많이 다르지요. 영성론에서는 참 어른에 대해 몇 가지 개념으로 이야기합니다. 어른은 자기가 가질 수 있는 것과 가질 수 없는 것을 식별할 줄 알아야 하고,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포기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즉, 자기욕구를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어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갖기 위해 자기 존재에 대한 묵상을 많이 합니다. '나는 누구이며 어떤 존재인가? 나의 삶은 영원한 것인가 아니면 유한한 존재인가?'하는 물음을 자신에게 던지며 삽니다.
 
 사람은 영원한 존재도 아니고 언젠가는 떠나야 할 존재인데, 자신이 언제까지고 지금처럼 살 것이라고 생각하면 마음 안에서 여러 가지 복잡한 미련이 떠나지 않습니다. 그러면 마음이 '실타래'처럼 감정적 혼돈상태가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어른들은 이런 마음을 잘 정리하면서 삽니다.
 
 또 참 어른은 다양한 세상 경험을 하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특별한 인연이 있는 사람들임을 자각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소중하게 대하는 삶을 사는 이가 어른입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완벽한 사람은 아닙니다. 어른도 실수하고 죄를 짓고 삽니다. 단지 심리적으로 성숙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후회하고 죄책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할 줄도 알고, 자신을 용서하는 능력도 가졌습니다.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책임질 줄 알고, 인생살이가 힘겨울 때도 꿋꿋이 버텨냅니다.
 
 어른이라고 해서 늘 무거운 책임감만 지고, 힘겨운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진정한 어른들은 인생의 즐거움을 즐길 줄 알고 자기 인생의 행복을 추구할 줄 압니다. 이런 몇 가지 조건을 갖춘 사람들을 참 어른이라고 합니다.
 
 이런 내용들을 보다보면 어른이 되는 일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결국 유아기적 전지전능감과 기대욕구를 포기해야 하는 것이어서 속상함을 견뎌내야 하기에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래서 나이먹은 어른은 많지만, 심리적으로 성숙한 참 어른은 적다고 하는 것입니다.
 
 자매님께서 성숙한 어른으로 살기 원하신다면 힘드실 때 사람들을 만나서 푸념하는 것으로 시간을 소모하지 마시고, 가능하면 주님 앞에서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 합니다. 주님 앞에서 속상한 마음을 추스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유아적 마음을 성숙하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큰어른이라고 존경을 드리는 분들을 보면 대개 홀로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신 분들입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님은 생전에 힘든 일이 있어 속상할 때마다 세 시간씩이나 성체조배를 하시며 마음을 추스렸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 시간이 큰어른으로 만들어준 시간이었고, 그로 인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분을 그리워하고 큰어른으로 존경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매님께서도 남편이나 자식, 주위 사람들에게 철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기도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셔야 할 것입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