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성모님은 왜 슬픈얼굴일까요? 천주교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신자입니다. 그래서 교리를 잘 모릅니다. 더욱이 개신교에서 개종해 성모님에 대한 이야기, 특히 성모님의 삶을 본받으라는 이야기는 잘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왜냐하면 성모상을 보면 대부분 우울한 표정이거나 혹은 눈물 흘리는 표정, 심지어 아들을 안고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인데 그런 것을 왜 닮으라고 하는지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저는 늘 우울한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 그런지 여자들이 우는 것을 보면 지겨운 생각이 들고, 우울한 성모상을 봐도 왠지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심지어 내가 잘못 개종했나하는 생각마저 들곤 합니다. A. 성경에서는 성모님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라고 합니다(루카 1,39-56 참조). 왜냐하면, 아들을 잘 두셔서 하느님을 당신 아들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행복한 여인의 표정이 밝지 않다는 것입니다. 성당의 거의 모든 성모상이 슬픈 미소를 짓고 있거나 혹은 아예 눈물을 흘리는 모습 등 형제님 말처럼 우울한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행복해야 할 여인이 왜 불행한 표정을 짓고 있을까요? 교리서에 성모칠고(聖母七苦) 즉, 성모님이 겪으신 일곱 가지 고통이란 말이 나옵니다. 성모님은 주님만큼이나 마음의 수난을 겪으신 분이시란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처럼 성모님도 슬프고 힘겨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교회에서 성모님을 본받으라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성모님께서 그런 슬픔 속에서도 무너지거나 쓰러지지 않고 오히려 제자들을 추스르시는 강한 어머니의 삶을 사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신자들에게 아무리 힘겨운 일이 닥쳐도 성모님처럼 슬픔을 잘 이겨내는 삶을 살라는 취지로 성모님 생애를 본받으라고 말합니다. 그럼 성모님께서는 어떻게 당신의 슬픔을 잘 이겨내셨을까요? 성모님은 슬픔을 두려워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그 의미를 잘 받아들이셨습니다. 슬픔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요? 사람이 슬픔을 느낄 수 있는 능력, 슬퍼할 수 있는 능력은 내적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만약 슬픔을 느끼지도 슬퍼하지도 못한다면 그 사람은 인생사 곳곳에서 볼 수 있는 슬픈 일에 공감하지 못하고, 허구적이고 비현실적인 세상 안에서 기형적 삶을 살게 됩니다. 성모님께서는 그런 슬픔의 의미를 잘 아셨던 분입니다. 또 슬픔을 느끼는 능력과 슬퍼할 수 있는 마음이 누구보다도 큰 분이시기에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셨습니다. 성모님은 당신에게 다가온 많은 가슴 아픈 일들을 잘 받아들이셨습니다. 그리고 슬픔을 이겨내신 과정을 통해 지금은 모든 사람의 어머니가 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그런 성모님 삶을 신앙인의 모범적 삶으로 꼽고 있습니다. Q2. 10년이 지났는데도 제 아내는 장인어른과 사이가 매우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10년 전 돌아가신 장인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물론 아버지를 생각하는 효심이 갸륵하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장인이 돌아가신 이후로 살림살이나 아이들 양육에는 관심이 없고 온종일 장인 영정만 바라보며 울고 지내는 것입니다. 제가 이제 그만 잊으라고 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사랑하는 사람이 떠났거나 혹은 애지중지하는 대상물을 잃어버리고 나면 누구나 큰 상실감을 느낍니다. 그 존재들이 나를 지탱해준 대상물이었기에 이별을 하고나면 그야말로 황량함과 외로움, 슬픔과 눈물로 가득 차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경우 "세월이 약이야"하면서 슬픔이 강물처럼 흘러가기를 기다리고, 그 물살에 자아가 휩쓸려가지 않도록 마음을 다부지게 먹고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반대로 슬픔의 늪에 빠져 아예 빠져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분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떠나간 사람이나 대상이 자신을 떠났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욕구가 강할 때 그렇습니다. 떠난 것을 인정하느니 차라리 슬픔 속에 살기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감정 안에서 어린아이처럼 미성숙한 기대 또는 자기가 울면 상황이 전처럼 될지도 모른다는 철없는 기대를 하고 살아 주위 사람들을 피곤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분들은 가능하면 상대방 문제에 대해 직설적으로 지적해주는 '그룹상담치료'를 받는 게 좋습니다. 이런 분들에게 위로는 독약이란 것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