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1. 구원을 받으려면?
세례를 받은 지 얼마 안 된 신자입니다. 그래서 아직 교리를 잘 모르는데 대모님께서 영혼이 구원을 얻으려면 죄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하시는 데 자신이 없습니다. 나이 드신 분들이 "사는 게 전부 죄"라고 말씀하시듯, 저 역시 매일 크고 작은 죄를 짓고 사는 데다, 죄를 짓지 않으려고 애를 쓰면 어떤 때는 몸과 마음이 지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아무래도 저는 신자 자격이 없는 사람인 것 같은데 저 같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구원을 얻을 수 있을까요? A. 자매님은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분이신가 봅니다. 그러나 알아두셔야 할 것은 사람은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존재라는 것입니다. 또 마음에 상처가 많거나 병적 콤플렉스를 갖고 사는 존재이기에 죄를 짓지 않고 산다는 것은 극소수를 제외하고는 현실적으로 몹시 어려운 일이란 것을 말씀드립니다.
물론 죄를 짓지 않고 살려는 자매님 마음은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아주 만족하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자칫 신앙생활의 초점이 죄를 짓지 않는 것에만 집중된다면 신앙생활 자체가 무거워질 수 있고 또 심리적 균형을 잃으면 '완전 강박증'이나 '결벽증' 혹은 '세심증'에 걸릴 위험이 크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죄를 지으면 구원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은 신앙심과는 별개의 문제 즉, 불안 심리의 문제이니 따로 심리치료를 받으셔서 불안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죄를 짓고 사는 처지라 하더라도 그런 자기 자신을 심하게 비난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자세는 나의 마음을 하느님께 가까이 가게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멀어지게 하기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다시 말해, 자기 성찰과 자기 비난은 다르다는 뜻입니다.
어쨌건 불안감이 그리 큰 것이 아니라면 신앙생활의 다른 관점을 아는 것으로 부담감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신앙생활이나 구원의 조건이 죄를 짓지 않으려고 하는 것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선행을 베푸는 삶을 살아도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복음서 여러 곳에서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런 이웃사랑이야말로 구원의 필수조건임을 누누이 강조하셨습니다. 마태오복음 25장 31-46절을 묵상하면 불안감을 조금은 덜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개중에 힘겹게 사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에 부담감을 갖는 분도 있습니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어렵다는 것인데, 다른 사람을 돌보는 선행은 그렇게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는 일입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아주 간단한, 그러나 아주 의미 깊은 선행은 마음으로라도 힘든 사람 곁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힘겨운 상황에 처한 사람은 누군가가 자기 손을 잡아주고 공감해주면 안도감을 갖습니다. 내 감정에 공감해주고 나를 걱정해주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일깨워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사람이 나의 상실을 회복시켜주거나 슬픔을 해결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부르노 베텔하임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나를 살아남게 한 힘은 누군가 밖에서 나의 운명을 염려하고 있다는 작은 믿음에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마음의 고통을 겪는 사람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살릴 수 있으니, 자매님도 이런 작은 선행을 많이 하신다면 구원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Q2.머리가 아프네요
일흔살이 넘은 제 남편은 신부님들이 사회문제에 나서는 것을 보고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곤 합니다. 그런데 제 아들은 아버지와는 반대로 아버지가 편드는 사람들에 대해 마찬가지로 심하게 욕을 해대서 제가 중간에서 아주 입장이 난처합니다. 이렇게 부자 간 의견이 달라 심지어 밥상도 같이 안 할 지경입니다. 도대체 왜들 그러는지 머리가 아픕니다. A. 사람은 누구나 개인적 의견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그래서 대화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화를 할 수 없을 정도로 감정적인 경우는 다른 문제입니다.
즉, 남편이나 아드님이나 심리적으로 미성숙하다는 것입니다. 그 원인은 개인적으로 모두 달라 '이것이 문제다'하고 정확하게 짚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개략적 원인을 찾는다면, 성장과정의 문제이거나 혹은 과거경험 중 심한 상처를 입어 후유증이 남아 있는 경우 등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어쨌거나 이해하고 대화하려는 노력 없이 일방적으로 분통을 터뜨리거나 감정 조절을 못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탓이니, 그에 적절하게 대처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