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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한일 지식인 100인…(2)

namsarang 2010. 9. 4. 22:04
[100년의 기억, 100년의 미래/새로운 미래를 위하여]
 

⑪ 한일 지식인 100인…(2)

 
 
⑪ 한일 지식인 100인이 말하는 미래 100년
“역사 공동교육 통해 인식 공유를”




한일 지식인들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양국에 화해를 전담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역사인식을 일치시키기 위한 공동 역사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한시적 기구가 아닌 상설기구로

한일 지식인들은 최근 한일 양국이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 ‘신시대 공동선언’에 담아야 할 사안을 묻자 “‘양국 간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공동위원회’와 같은 전담기구 설립”을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꼽았다. ‘공동의 역사교육’ ‘일왕의 방한’ 등과 함께 중복응답을 할 수 있는 이 질문에서 65%(65명)가 이를 선택했다. 한국은 58%(29명), 일본은 72%(36명)였다.

이는 6년간 두 차례 보고서를 낸 끝에 올해활동을 마감한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보다 더 공적인 기구의 필요성을 역설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용덕 광주과학기술원 석좌교수(전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는 “한시적 기구가 아닌 상설 기구로서 양국 정부가 좀 더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담기구 못지않게 ‘공동의 역사교육’의 중요성을 강조(62%)한 지식인도 많았다. 한일 지식인의 46%는 ‘미래세대 교류 확대’도 한일관계 개선의 주요 항목으로 꼽았다.

○“공동교육의 장 확대”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교류를 겸한 공동교육의 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오카모토 아쓰시() ‘세계’ 편집장은 “양국의 많은 대학에서 서로의 언어는 물론이고 문화와 역사를 배우는 강좌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한발 더 나아가 “공동교육의 일환으로 한일 양국이 함께 대학을 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올바른 역사교육의 중요성도 강조됐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공동의 역사교육을 위한 지금까지의 노력은 성과가 좋지 않았다”면서도 “불행한 역사를 새롭게 정립하는 방안을 양국이 새롭게 모색하지 않으면 적대관계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사를 전공한 일본 역사학자인 미야타 세쓰코() 씨는 “역사교육, 특히 올바른 식민지시대 관련 교육에 양국 정부가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며 “공동의 번영은 역사인식의 일치 위에서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별도의 기구를 통한 협의의 확대도 제안됐다. 아사이 모토후미() 히로시마평화연구소장은 한국과 북한, 일본, 중국참여하는 4개국 협의위원회를 별도로 설치해 역사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사이가 나쁘더라도 이사 갈 수 없다”

‘강제병합 100년을 맞아 한일 양국에 하고 싶은 말’에서는 일본의 진정한 사죄를 요구하는 목소리기본적으로 포함됐다. 과거사에서 벗어나는 것과 관련해 김영호 유한대 총장은 “과거사의 감옥으로부터 해방”이라는 말을 남겼다. 소설가 김훈 씨는 “세계 역사상 인접국가 간에 친선을 행한 경우는 드물다. 이것이 역사다. 이런 야만성에서 벗어나려면 각별한 노력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존 번영의 미래를 가꾸기 위한 태도에 대해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이웃 나라끼리는 서로 사이가 아무리 나쁘더라도 이사 갈 수가 없다. 역사인식의 깊은 골을 조금씩이라도 메워가야 한다”며 부단한 노력을 강조했다. 미즈노 나오키() 교토대 인문과학연구소장은 “상대가 왜 역사를 그렇게 보고 있는가를 서로 이해하면서 대화하고 교류해야 하는 것이 역사 인식의 다름을 해소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구체적 실행 방식에 대한 제언으로 마쓰다 도시히코() 국제일본문화연구센터 준교수는 “양국에서 강제병합이나 식민지배에 대해 많은 연구가 축적되어 왔다”며 “교육을 통해 사람들이 그러한 성과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 한일 양국에 하고싶은 말 ▼

[아라이 신이치 이바라키대 명예교수]
1965년 일한조약 해석 싸고 양국 엇갈려… 정부 해석 수정이 관계개선의 첫걸음




간 나오토 총리의 담화는 병합이 한국의 ‘뜻에 반해서’ 강제적으로 행해졌다고 한 점에서는 긍정적이나 이는 한일 지식인의 공동성명 핵심인 일한기본조약 제2조에 대해 일본 측 해석을 한국 측과 일치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제2조의 ‘이미 무효’라는 문구에 대해 한국 정부는 병합조약 당초부터 원천적으로 무효라고 해석한 반면 일본은 한국의 광복 이후 효력을 잃었다는 입장이다.―편집자)

역사공동연구나 역사교육에 관한 정부 프로젝트가 잘 추진되지 않은 것은 일본의 정책집행 당사자인 관료들은 제2조의 일본 측 해석이 수정되지 않는 이상 식민지 지배를 유효라고 하는 국교회복조약의 해석에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중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역사공동연구와 비교하면 확실하다. 일중의 역사연구는 적어도 근대사에 대해선 성과를 올리고 있다. 이것은 전제로서 국교 회복 시 일중공동성명(1972년)이 있기 때문이다. 공동성명은 중국 인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일본의 침략을 인정하고 있다. 역사공동연구의 일본 측 좌장도 일본의 침략이 자명의 전제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식민지화에 관한 총리담화는 ‘뜻에 반해서’라는 형용사로 간접적으로 식민지화의 강제성을 시사한 것에 불과하다.

‘뜻에 반해서’라는 애매한 표현이라고 할지라도 강제성을 인정했다는 측면에서 문제 해결을 촉진할 가능성도 있으나 그것은 양국 정상의 정치적 의사에 의존하는 문제여서 전망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와 비교했을 때 1965년 조약 제2조의 해석통일은 국제법이 규정하는 절차에 따른 것으로 주관이나 감정에 좌우되지 않는 객관성과 국경을 넘는 보편성이 있다. 양국 국교의 안정과 역사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촉진할 가능성도 갖게 한다. 나는 비정부기구(NGO)의 입장에서 일한 양국민의 역사 화해를 위해 노력해 왔다. 그러나 1965년 조약과 같은 기본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의 결단이 없으면 안 된다. 정부는 이와 같은 큰 문제에 지도성을 발휘해, 말하자면 환경정비를 철저히 한 후 양국 시민 간 대화에 맡겼으면 좋겠다. 양국 시민들의 성숙함과 창의성, 연구업적을 신뢰해 주기 바란다.


[장인성 서울대 교수]
‘역사’ 해결해 새 관계구축 애쓰기보다 우리의 ‘능력’ 키워 역사 바로잡아야




일본 정부와 지식인들은 1965년 한일협정, 일본군위안부, 강제동원 등의 문제에 대한 법적 유효성을 따지는 수준을 넘어 이제는 근대 동아시아사적 맥락에서 제국주의시대 일본의 대외정책과 한국 식민지화가 갖는 역사적 의미를 좀 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논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일본이 과거 문제를 덮어두는 한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선택은 여전히 좁을 수밖에 없다. 어쩌면 간 나오토의 ‘담화’나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문제의 새로운 전개는 일본 정부의 자발적 선택이라기보다는 이러한 관계적 상황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중국의 부상, 한국의 지속적인 성장은 일본의 선택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일본 측이 ‘동아시아공동체’의 형성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상황 변화의 반영이지 동아시아를 보는 시선 내지 사상의 근본적 변화에서 나온 것은 아닐 것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인정할 수 있는 더 적극적인 방향은, 유럽의 다른 사례나 호주의 원주민 정책에서 볼 수 있듯이, 보다 객관적인 사실과 관점들을 일본 국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교육에 반영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을 통한 자기성찰은 일본의 현재와 미래를 ‘역사’로부터 구원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역사 문제에 대한 일본 측의 소극적, 비자발적 태도는 분명 용납하기 어렵지만 국내 정치 시스템의 속성상, 일본 사회의 성격상 일본 측의 이러한 자세가 쉽게 수정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미 탈냉전과 한국의 발전은 ‘한류’의 사례에서 보듯이 그들이 우리를 ‘인정’하게 만드는 변화를 가져왔다. 향후 동아시아에서 더 심화된 ‘탈냉전’(소통)과 ‘발전’(성장)은 한국에 대한 일본인들의 ‘인정성’을 더욱 확대할 것이다. 이것은 ‘역사’의 해결을 통해 ‘현재’와 ‘미래’를 새롭게 구성하려고 애쓰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능동적 구축을 통해 그들이 ‘역사’(과거)를 재구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얘기와 통한다. ‘능력’이 ‘도덕적 비난’을 무시하지 못하게 만드는 핵심 요소다.


▼ “미쓰비시 노역 보상 정부가 재검토해야” 61% ▼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은 7월 태평양전쟁 기간 강제노역에 동원한 근로정신대 할머니의 피해보상 문제를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한일 양국의 지식인들은 ‘일본 정부가 피해자 보상 문제를 전면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전체 61%)는 의견에 가장 많은 지지를 보냈다. 한국 지식인 중 32명, 일본 지식인 중 29명이 여기에 공감했다.

다음으로 ‘일본 정부가 제한적이나마 개인 청구권을 인정해야 한다’(전체 17%)는 의견은 한국 측 8명, 일본 측 9명이었으며, ‘개별 기업 차원에서 보상을 하는 것이 옳다’(전체 16%)는 의견은 한국 측 7명, 일본 측 9명이었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강제 동원됐을 때의 임금을 당연히 다시 받아야 한다”고 답했고, 백영서 연세대 교수는 “개별 기업이 한일 시민단체의 압력에 타협한 것인데, 이것을 정부가 지지 내지는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쓰미 아이코 와세다대 객원교수는 “사기업의 보상 문제를 포함해서 전후보상기금을 설립하고 체계적인 보상 문제를 응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