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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한반도 이슈 절묘한 조합을

namsarang 2010. 11. 10. 22:45

[시론/김성한]

 

글로벌-한반도 이슈 절묘한 조합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2008년 11월 세계 경제위기 발생 직후에 탄생한 만큼 기본적으로 위기 극복을 위한 최고위급 경제회의체이다. 그러나 선진국과 신흥국이 함께 모여 있는 G20의 독특한 구성, 그리고 중국이 포함되지 않은 G7을 대체해 국제경제 및 정치질서까지 주도하는 새로운 메커니즘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는 잠재성을 고려한다면 포괄적 관점에서 한국외교의 과제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G20, 갈등 조율 ‘콘텐츠 외교’ 요구

우선 G20 서울 정상회의가 그간 개최한 수많은 국제회의와 다른 것은 의장국인 한국이 앞장서서 이벤트보다 콘텐츠에 압도적 비중을 두고 위기 극복의 해법을 도출해야 하는 회의라는 점이다. 경상수지 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예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개발과 금융안전망 등 ‘코리아 이니셔티브’ 의제에 개발도상국의 요구를 반영하는 문제 등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내공()에서 우러나오는 콘텐츠와 전략적 사고가 밑받침 되지 않고서는 달성하기 힘든 과제다. G20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할 경우 한국외교는 본격적인 ‘콘텐츠 외교’의 시대로 접어들 것이다.

2012년에는 한국이 제2차 핵 안보 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를 주최한다. 제1차 워싱턴 회의를 계기로 핵 비확산, 핵군축, 평화적 핵 이용으로 대표되는 핵 확산 방지체제에 핵 안보가 추가되어 한 축을 형성하게 됐다. 제2차 서울회의 또한 대량살상무기를 이용한 테러를 막기 위한 국제적 공조를 이끌어내는 데 한국의 숨은 실력을 발휘할 절호의 기회이므로 핵 안보 분야의 콘텐츠 개발과 함께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통해 선진 외교역량을 키우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점은 G7 대신 G20을 국제경제 및 정치질서를 관리하는 핵심 기제로 제도화할지에 대한 깊은 성찰이다. 바야흐로 현 국제관계는 초강대국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패권적 지위를 향해 부상하는 ‘권력전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국을 배제한 G7보다는 러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중남미 중동 아프리카대표주자가 골고루 포진한 G20이 국제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체제인 듯하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은 모범 신흥국으로서 선진국과 개도국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자임해 G20에 초대받지 못한 G170의 고충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한국외교가 G20을 통해 한반도와 아시아를 넘어 범세계적 차원으로 확대되는 모습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고려해 전략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G20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국제질서 형성에 참여하되 범세계적 이슈 관리에 너무 많은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분단 극복이나 아시아 전략에 대한 집중력을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 지경학() 및 지정학()적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은 외교는 자칫 이상주의에 사로잡혀 현실성을 결여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제사회 기여로 통일기반 다져야

G20 서울 정상회의의 심벌은 청사초롱이다. ‘위기를 넘어 다함께 성장(Shared Growth Beyond Crisis)’하도록 새로운 희망과 화합을 향해 빛을 비춘다는 의미이다. 청사초롱 모습보다 더 인상 깊게 다가오는 것은 청사초롱 한가운데 동해 바다 위로 강렬한 빛을 발하며 떠오르는 태양의 모습이다. 그 태양의 스무 개 햇살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되 자만하지 않고 국제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외교를 해야 한다. 그래야만 한반도 통일의 주역은 대한민국일 수밖에 없고, 통일한국이 국제사회에 필수불가결의 존재임을 세계가 인정할 것이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