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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협력, 지금이 기회다

namsarang 2010. 11. 12. 23:47
[시론/백홍열]한미

 

우주협력, 지금이 기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신우주정책을 6월 발표한 이후 워싱턴 정가를 달궜던 우주정책 논의가 일단락되고 미국은 이제 우주로 향한 새로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신우주정책의 핵심은 첫째, 새로운 우주기술의 개발이다. 지금 사용하는 우주기술은 대부분 30∼40년 전에 개발됐다. 미국이 자랑하는 우주왕복선도 1970년대에 개발됐다. 현재의 기술로는 달을 넘어 더 먼 우주로 뻗어나갈 수 없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은 새로운 우주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효율적으로 우주개발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둘째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을 확대하는 것이다. 민간 상업용 우주관광선인 스페이스십 사업에서 보듯 민간의 창의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우주기술의 상업화를 촉진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구 저궤도까지의 유인 우주로켓 서비스를 민간에 맡길 계획이다. 상당한 예산도 민간에 지원할 예정. 이미 기술개발이 이뤄진 분야는 민간에 맡겨 산업화를 촉진하고 국가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이용한 도전적인 우주탐사에 나설 방침이다. 우주개발에 대한 국가와 산업체 간의 역할을 분명하게 정리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우주개발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는 다른 나라와의 우주협력을 확대하는 일이다. 유럽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신흥 우주개발국과의 협력도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국제 우주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주요 동맹국과는 미국이 독점한 핵심 우주분야까지도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이 우주개발의 새판을 짜는 지금이 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나로호와 천리안 위성 발사로 미국이 한국을 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오바마 행정부는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며 두 나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 현지에서는 한국과의 우주협력을 동맹국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방안을 고려하는 분위기가 여러 측면에서 감지된다.

 

미국이 한국과의 우주협력을 동맹국 수준으로 격상하려는 이유는 한국이 자유민주주의 세계의 일원이자 미국의 동맹으로서 우주개발 초기부터 충실하게 우주의 평화적 사용과 국제규범을 준수했기 때문이다. 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과 기술력을 갖춘 나라로서 아시아에서 일본 외에 미국과 실질적인 우주협력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선진 우주기술을 배우기 위해 다른 나라의 기술을 뒤쫓았다. 우주 분야에서의 위상이 어느 정도 높아진 만큼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새로운 기술 개발에 눈을 돌리고 국제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미국과의 우주협력은 정보기술(IT)이나 정밀기계기술 등 우리의 장점을 살리면서 한국의 우주개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분야가 바람직하다. 그런 측면에서 이미 선진국 수준인 인공위성 본체기술을 가지고 인공위성과 우주탐사선의 전자박스, 본체 구조물 개발에 참여하고 장기적으로는 광학, 레이더, 우주방사선 탐지기 등 상대적으로 기술이 약한 탑재체 개발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최근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우주파편과 지구온난화 등 지구 환경 문제에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의 공동연구를 통한 국제협력을 다져 나가야 한다.

우주개발 분야에서 지금 세계는 격변의 시기를 맞고 있다. 변화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세계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미국과의 우주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그 어느 때보다 한미 협력을 위한 좋은 여건이 조성되고 있는 시기에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 한미 협력 관계를 정립해야 한다.

                                                                                                                                              백홍열 조지워싱턴대 방문연구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