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窓)/게시판

연평도 민간인 포격한 北도발은 전쟁범죄다

namsarang 2010. 11. 24. 23:26
[동아일보 사설]

2010년 11월 24일 수요일 

                    연평도 민간인 포격한 도발은 전쟁범죄다

 

 

북한군이 어제 오후 연평도에 해안포와 곡사포 100여 발을 발사하는 무력도발을 감행해 우리 해병대 병사 2명이 전사하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북이 쏜 포탄 수십 발이 민간마을에 떨어져 주민 3명이 다쳤다. 우리 군이 즉각 K-9 자주포 80발을 대응사격하고 추가 도발을 멈추도록 경고했으나 북한군은 약 1시간 동안 두 차례의 포사격을 했다. 민간인 거주지역에 무차별로 포탄을 퍼붓는 행위는 정전협정과 남북불가침 협정 위반일 뿐 아니라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북한군의 해안포 발사 직후 연평도 일대 민간 마을과 산에는 검은 연기와 화염이 치솟았다. 포성()이 울리면서 연평도에선 삽시간에 민간 주택 20여 채가 불타고 전기와 통신마저 끊겼다. 그야말로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은 김정일의 지시에 따른 것이 분명하다. 북한은 2주 전 미국 핵전문가에게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여준 뒤 연평도를 공격했다. 김정일 정권이 치밀한 계획을 세워 연평도 도발을 감행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북은 그제 시작된 우리 육해공군의 정례적인 ‘호국훈련’을 자신들에 대한 공격행위라고 트집 잡아 도발을 감행했다. 우리 군은 어제 오전부터 북의 해안포 발사 직전인 오후 2시 25분경까지 연평도 서남쪽 우리 해역으로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북은 남측에 책임을 떠넘길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오후 2시 34분에 포를 쏘기 시작했다. 북은 6·25 정전 이후 57년간 유지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멋대로 설정한 ‘해상군사분계선’을 우리 군이 침범했다고 시비를 걸었다. 대화와 협상으로 북의 변화를 기대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지 않을 수 없다.

김정일은 27살짜리 아들 김정은에게 대장 계급장을 달아주고 3대 세습을 획책하면서 후계자의 강고()한 면모를 보여주고 그들 나름의 호전적 정통성을 구축하기 위해 이런 도발을 거푸 자행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정일은 핵무기와 무력도발로 김정은 체제를 뿌리내릴 수 있다고 믿는 것 같다. 동족을 상대로 6·25전쟁을 일으킨 김일성의 후계자 김정일이 또다시 전면전을 도발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의 도발은 천안함 폭침 사건에 못지않은 엄중한 사태다. 정부와 군이 이번에도 물렁하게 후속 대응을 한다면 저들은 앞으로도 크고 작은 무력 도발을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해 “다시는 도발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한 응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안함 사건 때처럼 소극적인 대응을 한다면 저들은 뒤에서 또 우리를 비웃을 것이다. 우리 병사 2명이 사망하고 민간인을 포함한 19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태는 전쟁에 준하는 상황이다. 미국 백악관은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인 23일 새벽 4시 30분(한국 시간 오후 6시 30분) 북의 해안포 사격을 강력히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과의 신속하고도 긴밀한 협력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