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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책임 大國인가 무책임 强國인가

namsarang 2010. 11. 25. 21:46

[조선일보 사설]

중국, 책임 大國인가 무책임 强國인가

  • 2010년 11월 25일 목요일

 

세계가 지금 중국북한이 벌건 대낮에 대한민국 영토인 연평도에 대포로 포격을 가해 민간인과 군인을 살상(殺傷)하는 선전포고 없는 전쟁을 벌인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고 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북한이 대한민국을 공격하던 23일 "사태 전개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면서 "관련 상황이 사실에 부합되는지 확인돼야 한다"고 했다. 또 "각 측(남북한)이 한반도 평화문제에 더 유리한 일을 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중국은 서해 바다를 자기 바다로 생각하고 손바닥 들여다보듯 하고 있으면서 뭘 더 확인해야겠다는 것인가. 불법 공격을 당한 나라와 불법 공격을 가해온 나라 양측에 평화에 유리한 일을 하기 바란다는 것은 도대체 무슨 어법(語法)이란 말인가.

중국은 하루 지나더니 더 이상한 나라가 됐다. 중국 신화통신은 23일 '북한이 먼저 포격을 감행했고, 한국이 대응사격을 했다'고 보도했다가, 24일 들어 대부분의 중국 관영(官營) 언론들은 '남북한 서부해역서 교전(交戰) 발생' '남북한 상호포격 사건'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남북 간의 쌍방과실로 보겠다는 뜻이다.

북한이 전시(戰時)에도 국제법이 금하고 있는 민간인 공격을 감행해 민간인이 죽고 집이 불타고 주민들이 피란 행렬에 오른 모습을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지켜보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러시아 외무장관도 "연평도에 대한 공격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며 공격한 측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에서는 보이는데 중국에선 연평도가 보이지 않는가. 눈이 나쁜 게 아니라 지역 대국(大國)으로서 책임의식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유엔 안보리 대북(對北) 제재의 효력이 떨어진 지 오래된 상황에서 북한을 제어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가 중국이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지난 11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한 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들에게 남북관계 개선이 한반도 평화 안정을 수호하는 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후 주석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지난 5월과 8월 두 차례 회담을 했는데도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설 공개, 연평도 공격에 이르는 도발(挑發)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이제 과연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주도할 수 있는 리더인지 아닌지 평가받는 시험대에 올랐다. 중국이 북한에 공개적인 압력을 가하지 않는다면 북한의 도발은 계속될 것이다.

오늘 중국의 번영은 미국·중국, 일본·중국 간의 해묵은 적대 의식이 희박해진 탈냉전 시대의 평화 구도 위에서 가능했다. 한반도가 불길에 휩싸이면 중국의 번영도 바닥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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