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

[스크랩] (낭송시) 별 헤는 밤 - 윤동주

namsarang 2010. 11. 30. 11:51
                 

              별 헤는 밤

                                                                    윤동주(낭송 임국희)
              계절이 지나 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든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옥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잼,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읍니다
              별이 아스라이 멀 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 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 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읍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 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게외다...
              

             

              

             

        출처 : 재너머의 향기
        글쓴이 : 재너머 원글보기
        메모 : 고운 글 올려주신 재너머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