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택]
대북 傳單날리는 의원들
신지호 나성린 조전혁 등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북한의 3대 세습 후계자 김정은의 생일인 내년 1월 8일부터 김정일 생일(2월 16일), 김일성 생일(4월 15일) 같은 각종 북한 기념일에 대북 전단(傳單)을 날려 보낸다. 이른바 ‘진실의 풍선 날리기’ 운동이다. 신 의원은 “북한 주민들에게 남한 실상을 제대로 알릴 필요가 있다”며 “통일운동의 일환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북 인권단체와 개인들은 숱하게 대북 전단을 날렸지만 의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넣은 전단을 만드는 것은 처음이다. 대북 심리전 차원에서 파급 효과가 클 것이다.
▷북한처럼 통제된 폐쇄사회의 주민에게는 북한 체제의 허구나 외부세계의 실상을 알려줄 자체 미디어가 없다. 신문 방송은 정권의 나팔수다. ‘종이 폭탄’이라는 남쪽의 전단은 북한 주민에게 진실을 전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 북한은 2008년 10월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남측 민간단체의 전단 살포가 계속되면 개성공단 사업과 개성관광에 엄중한 후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11월 23일 북의 연평도 포격 당일 우리 군 당국은 대북 전단 40만 장을 날렸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조선반도 정세가 전쟁 위기에 처한 때 삐라를 살포하는 행위는 정세를 최악의 대결상태로 몰아넣어 북침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달려는 범죄적 기도”라고 반발했다. 북이 전단 살포를 겁내는 증거들이다.
▷정부가 적극적인 대북 심리전 지원에 나설 때가 됐다. 전단 살포와 북한민주화운동단체들의 대북방송을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이 단체들이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활동하는 것은 우리 정부가 부끄럽게 여겨야 할 일이다. 동독이 무너진 데는 동독 주민의 서독 TV 시청이 크게 기여했다. 북한 실정을 고려하면 대북 라디오 방송이 효과적일 것이다. 북한 주민이 진실을 알게 되면 김정일 정권은 유지되기 어렵다. 북이 휴전선의 대북 확성기 방송도 못하게 난리 치는 이유다.
▷대북 전단의 내용과 형식도 효과를 높이도록 면밀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에서 김정일 사진은 찢거나 태울 수 없다. 이런 점을 이용해 김정일 사진이 들어간 종이 전단을 비닐 코팅하면 비에 젖지도 않고 없애기도 어렵다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전단 내용도 단순한 비방보다 북한 주민이 알아야 할 남북한의 진실을 담으면 효과적일 것이다.
권순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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