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사격훈련 단행]
정부 긴박했던 하루
말 아끼고 행동으로… “안보리 등 외부환경 개의치 않았다”
○ 국론 통합 강조한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본관 집무실, 국가위기관리센터에 위치한 지하 벙커, 3개 부처의 새해 업무보고를 받는 영빈관을 오가며 훈련 상황을 보고받았다. 긴박한 순간이 이어졌지만 법무부(오전 8시), 행정안전부(오전 10시), 법제처(오후 4시)의 업무보고는 예정대로 진행했다. 청와대 측은 “위기감이 고조된 국면에서도 일상 국정은 차질 없이 챙기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도 철저한 안보의식을 강조했다. 특히 법무부 업무보고 자리에선 “분단된 나라에서 국가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제를 발전시켜 나가는 데는 특수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 정체성을 지키는 것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것은 상반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행안부 업무보고 때는 “최선의 안보는 국민의 단합된 힘”이라고 말했다. 햇볕정책이 지속되는 동안에도 북한의 무력도발과 핵 개발이 지속됐지만, 한국 사회가 남남갈등을 겪으면서 국가안보가 해이해진 것을 이제는 바로잡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말이었다. 사격훈련을 앞두고 우리 사회 일각에서 훈련 반대를 외치며 정부 비판에 열을 올리는 행태를 지적한 것으로도 해석됐다.
이 대통령은 행안부 관리들과 구내식당에서 오찬을 함께한 뒤 지하벙커를 찾아 훈련 준비 상황을 최종 점검했다. 하지만 훈련이 전개된 오후 2시 30분∼4시 4분에는 대부분 집무실에 머물렀다. 홍상표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브리핑에서 “훈련 전후로 대통령의 표정이 매우 결연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이 거론한 ‘훈련 자제’ 주장이나 미국 CNN 방송이 전한 북한의 ‘핵사찰 수용의사 표시’와 같은 외부환경에 개의치 않고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 계획대로 움직인 군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국방부 청사에 머물며 연평도 현장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았다.
김 장관은 이날 연평도 주민대피 방송이 시작되기 직전인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방문해 각각 총 40∼50분 머물며 상황을 지켜봤다. 김 장관은 비상 대기 중인 한민구 합참의장 등 합참 지휘부에 “북한이 도발할 시 가능한 모든 대비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청사에도 하루 종일 긴장이 감돌았다. 포사격 훈련이 종료된 이후에도 군은 대북 감시태세 ‘워치콘 2’를 유지했고, 서북 도서 및 1, 3군 전방 지역에 내려진 최고경계태세인 ‘진돗개 하나’도 늦추지 않았다. 워치콘 2는 적의 도발 가능성이 명확해질 때 발령되며 적과의 전면전이 임박한 징후가 포착되면 워치콘 3으로 격상된다.
한 합참의장은 이날 오후 각 군 작전사령관 및 합참 관계자에게 사격훈련 종료 이후에도 경계를 풀지 말라는 지침을 하달했다. 합참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의장은 이날 지휘통제실에서 “서해 연평부대가 통상적이고 정당한 훈련을 잘 마쳤다”며 “우발 상황에 대비한 계획 수립과 준비, 사격훈련 과정을 통해 우리 군의 합동성 발휘 및 위기 조치 능력이 어느 때보다 높은 수준으로 격상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한 의장은 “북한이 언제, 어느 곳에서 도발하더라도 이를 응징할 수 있도록 각 작전사령부는 우발 계획의 준비태세를 확인하고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 개성공단·금강산에 촉각 세운 통일부
김황식 국무총리는 이날 아침 충북 청원군을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 안보 상황이 위중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국민이 한마음 한뜻으로 위기를 극복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통합의 메시지를 보냈다.
통일부는 이날 오전 비상상황실 회의를 연 데 이어 현인택 장관이 간부회의를 소집해 개성공단과 금강산에 체류 중인 국민의 신변안전 대책을 논의했다. 현 장관은 이 자리에서 “현재 상황이 유동적인 만큼 개성공단 및 금강산 현지 인원들과 연락이 원활히 유지되도록 점검하고, 신변안전 문제를 수시로 확인하라”고 지시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역에서 특이동향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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