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송상근]
조능희와 송일준이 아니고?
MBC가 징계위원회를 열었다기에 제작진을 떠올렸다. 조능희 송일준 김보슬 이춘근 PD를 말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부장급 이상이 참여하는 공정방송 노동조합의 이상로 위원장이 20일 출석했다. 1,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왔으니 제작진은 괜찮다, PD수첩을 비판한 이 위원장이 오히려 회사 명예를 훼손시켰다고 경영진이 판단한 듯싶다.
광우병 보도와 관련한 항소심 공판은 서울중앙지법 서관 421호 법정에서 9차례 열렸다. 나는 절차적 성격의 준비기일을 제외한 7차례 중에서 6차례를 지켜봤다. 무죄를 예상했지만 논란이 됐던 부분을 검찰과 피고인이 어떻게 주장할지 궁금했다.
재판부는 쟁점을 5가지로 나눈 뒤 3가지를 허위로 인정했다. 주저앉는 소, 아레사 빈슨, MM형 유전자에 대한 내용이다. 소의 특정위험물질에 대한 내용은 허위라고 볼 수 없고, 정부의 협상태도에 대한 내용은 비판이나 의견이라 허위 여부를 판단할 성질이 아니라고 했다.
언론은 3가지가 허위라고 도표를 넣어 보도했다. 틀린 부분이 3곳이라는 인상을 주기 쉽다. 판결문을 보면 허위로 인정된 3가지 쟁점과 관련한 동영상, 내레이션, 인터뷰, 자막, 진행자 발언이 16곳이다. 객관적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이 16곳이라는 뜻이다.
내 칼럼에서 사실과 다른 표현이 16곳이라고 가정하자. 항소심을 상고심, PD수첩을 PD수치, 송일준을 송익준이라고 썼다면 독자가 어떻게 생각할까. 검사도, 검찰 측 증인도 지적하지 않았지만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이 더 있다. 광우병을 21세기 신종 전염병이라 했다. 광우병이 21세기에 새로 생긴 전염병인가?
선고가 끝난 2일, 제작진은 말했다. “PD수첩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인정받았다고 본다.”(조능희 CP) “검찰 수사가 사소한 잘못을 꼬투리로 잡으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진행된 언론 탄압이었음이 또다시 드러났다.”(송일준 PD)
공개적 발언과 달리 속마음은 불편했을지 모른다. 자기들끼리 모인 자리에서 “이거 완전히 절반짜리 판결” “(무죄)결론은 당연한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라고 불만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내가 직접 봤다.
PD수첩 홈페이지에 ‘검찰수사에 대한 PD수첩의 입장’이라는 코너가 나온다. 무죄 판결 자료를 공개한다며 판결문 변론서 최후진술서를 첨부했다.
김보슬 PD는 “우리가 두려웠던 건 유죄가 아니었다…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판결문 어느 구석에 ‘허위’ ‘의도적 왜곡’이라는 말 한마디만 나와도 그건 유죄나 다름없다고 생각했다”고 오마이뉴스에 썼다.
홈페이지 자료와 김 PD의 글은 방송의 대부분을 허위가 아니라고 했던 1심 선고(1월 20일) 직후에 올렸다. 이번에는 못할 것이다. 허위, 지나친 과장, 일부 번역 오류, 진행자의 잘못된 발언…. 언론인이라면 자존심 상할 지적이 한두 곳이 아니니까.
MBC는 PD수첩을 문제 삼은 건 징계사유에서 빼겠다고 이상로 위원장에게 통보했다고 한다. 이 위원장은 “다른 건 몰라도 그 부분을 따지고 싶었다. 내부에서 프로 방송인끼리, 선후배끼리 논의했으면 사법부까지 안 갈 수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가. 사법부의 처벌을 받지 않아도 뼈아프게 반성해야 할 일이, 회사의 징계를 받지 않아도 가슴을 치며 자책해야 할 일이.
송상근 오피니언팀장 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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