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신승일]
한류, 한국 알기에서 배우기로 변화 이끌어야
새해 들어 한류에 대해 관심을 끄는 두 가지 보도가 나왔다. CNN이 “한류로 통칭되는 한국의 대중문화가 아시아를 휩쓸면서 한국이 ‘동방의 할리우드’로 올라섰다”고 보도했다. 또 다른 나라를 좀처럼 칭찬할 줄 모르는 프랑스가 국영방송 신년특집에 2시간 가까이 한류와 한국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방송은 한류의 힘이 일본을 눌렀고 한류의 격류가 프랑스까지 휩쓸 기세라고 했다. 해외에서 한류가 활발히 전개되는 양상을 국내 언론에서도 연초부터 빠짐없이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한류는 중화권 일본 몽골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와 동유럽 일부, 중남미 등 70여 국가에 기세를 떨쳤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으로의 유입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양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이른바 신한류로 통칭되는 다양한 한국문화가 한류의 영향을 받은 국가에서 더욱 뿌리를 내리는가 하면 선진국에는 유튜브 등 디지털 인프라를 통해 한류 드라마와 가요가 퍼지면서 기반을 넓히고 있다.
작금의 한류는 한국의 경제적 위상과 상승작용 하는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 독특한 경제발전을 이룬 한국은 개도국 사이에서 한국형 경제발전 모델로 흠모받는다. 개도국에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프로그램은 출범 7년째인 올해 대상국이 25개국까지 늘어난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 국내총생산(GDP) 세계 13위, 무역규모 7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새마을 운동 개도국 수출, 일본의 한국 벤치마킹으로 표상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한류로 인해 한국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한국 제품과 서비스, 관광, 한국어 학습과 문화산업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우리의 영토는 제한됐지만 경제와 문화부문의 영토는 크게 확장되는 셈이다.
한류와 경제가 어우러져 상승작용 하는 예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베트남 화장품 시장의 70%, 중앙아시아 가전제품의 80%를 한국이 석권한 것도 한류의 영향이 크다.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한 것도 한류 드라마가 UAE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은 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터키에서는 4∼5년 전부터 방영된 ‘대조영’ ‘주몽’ ‘대장금’ 등 역사 드라마의 인기가 ‘제빵왕 김탁구’로 이어지면서 한국어 열풍을 이끌고 있다. 히잡을 두른 아가씨들이 ‘빅뱅’의 노래가사를 정확히 따라 부르는 등 한국 가요를 비롯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이 확산되고 있다. 자발적으로 생긴 한류 팬클럽만 10여 개로 터키 전역에서 2만 명이 넘는 회원이 활동하고 있다. 작년 12월에는 이스탄불을 비롯한 대도시에서 ‘한국 라면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한국 유학을 문의하는 터키 학생의 대사관 방문도 점점 늘어난다.
방콕의 화장품 가게에는 ‘한국인을 닮게 해주는 화장품’이 젊은 여성에게 인기를 끈다고 한다. 성형 수술, 헤어, 패션으로 한류스타를 흉내 내고 한국 화장품과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을 사용하면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싶어 하는 젊은이가 세계적으로 수백만, 아니 수천만 명이 생겨나고 있다. 문화산업으로서의 경제한류를 지향해야 하는 이유다. 만약 한류가 식는다면 한국의 대기업이 가장 손해 본다는 관측이 있다. 한류는 정부와 기업에서도 함께 나서 협력해야 할 국부의 원천이자 우리 문화 세계화의 첨병이다.
지난 10년이 한류를 세상에 알리는 1기 한류 시대였다면 올해부터는 2기 한류시대를 열어야 한다.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하는 고급한류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을 공략하는 한편, 기존 한류국에는 대중문화를 위시한 다양한 한국 문화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아울러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통해 한국산 제품과 서비스, 관광상품이 월드클래스로 인정받으면서 국부와 국가브랜드를 한껏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한류 소비국에 대해서 겸손과 배려의 자세로 문화교류와 소통을 한다면 한류는 지속가능한 형태로 발전하면서 한국을 빠른 시간 안에 문화강국의 반열에 올려놓을 것이다.
신승일 한류문화산업포럼 회장 한류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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