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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공계 없인 미래도 없다

namsarang 2011. 1. 28. 22:37

[기고/이병욱]

 

이공계 없인 미래도 없다

 

몇년 전에 산업계가 중심이 되어 ‘2015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여 발표하면서 2015년 국민소득 3만5000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 정보기술(IT) 등 4대 기술 혁신 사업화, 제조업과 인프라 서비스산업의 동반성장체제 구축, 교육 및 의료 등의 산업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는 과학기술에 기초한 튼튼한 제조업과 이를 뒷받침할 물류 등 제조 서비스산업과 교육 및 의료산업을 육성해야 선진강국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산업계의 바람과 달리 일선 교육현장에선 우수 인재의 이공계 진학 기피, 의약 등 특정 분야의 인재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어 제조업 중심의 국가 발전 토대가 흔들릴까 걱정된다. 포스텍 수석졸업생이 의대에 편입학하고 지방 의대 입학생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가 서울 명문대 이공계 입학생의 점수보다 높다고 한다. 최근 3년간 주요 국립대 자퇴생의 절반 이상이 이공계 학생이며, 공대 졸업 후 취업 대신 고시촌에 몰리는 현상 등은 산업은 물론이고 국가 장래를 위해서도 안타까운 일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에서 우수 이공계 인재의 확보는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미 기업에서는 우수 이공계 출신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같은 대기업의 경영진은 물론이고 상장 제조기업의 핵심 임원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다. 중국의 경우 경제는 물론이고 정치 지도자의 대다수가 이공계 출신이다. 이같이 이공계 출신이 국가 사회적으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데도 청년들이 이공계를 기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은 이공계에 진학하려면 수학 물리학 등 배우기 어렵고 수능 점수도 올리기 힘든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빠른 과학기술의 진보로 의학이나 법학 등에 비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또 상대적으로 대학 졸업만으로는 전공을 살려 취업하기가 쉽지 않고, 산업현장에 배치될 확률이 높아 문화적 혜택을 누리기 힘들 수 있다. 이 밖에 의료나 금융 분야보다 보수가 적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 직업의 안정성이 떨어진다.

국가 차원에서는 의료나 교육 등 서비스 분야를 육성하기 위해 우수 인재가 이들 분야에 진학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하지만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보건의료산업의 비중(2008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보건 및 의료 총지출 6.5%)에 비추어 볼 때 현재와 같은 우수 인재의 특정분야 쏠림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 우리나라와 같은 산업강국에서는 제조업이 전제되지 않은 서비스산업 육성은 성장에 한계가 있다. 반도체나 자동차 같은 산업제품을 수출해서 먹고사는 나라에서 이들 산업을 이끌어갈 우수 인재가 양성되지 못하고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만을 키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 발전을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라도 청년들이 이공계 진학을 선호할 만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의료 법률 등 서비스 분야의 면허제도 등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경쟁을 촉진하여 이들 분야에서 이른바 ‘지대추구’ 행위가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이공계 학생들에 대한 병역특례제도를 확대하고 산학 공동연구 참여자에 대한 학자금 및 생활비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대학은 이공계 학생들의 취업에 필요한 리더십 및 의사소통 교육, 산업현장 체험학습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학 과학 교육의 혁신과 함께 고교 때 인문사회 분야와 이공계를 구분하여 수학 과학 교육을 차별화하는 것이 올바른지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수 이공계 인력이 양성되어 제조업을 튼튼하게 뒷받침할 수 있을 때 제조업은 물론이고 서비스업도 살고 국가도 발전할 수 있다.

                                                                                                                                                                               이병욱 한국경제연구원 경제교육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