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성윤]
北은 손 내밀 수밖에 없다
북한군이 연평도 포격 도발을 한 지 23일로 두 달째가 됐다. 연평도 포격을 당한 후 군과 정부에 대한 비판이 전방위적으로 쏟아졌다. 국민은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궁금해하고 있다. 어떤 가시적 조치가 취해졌고,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는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알고 싶어 하는 것이다.
첫째,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에 있어 한미 동맹이 기본 토대라는 공감대가 넓어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한미 연합전력은 항공모함이 참여한 서해상 훈련을 통하여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북한이 추가적으로 도발한다면 단호히 응징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또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북한을 규탄하는 데 앞장서고 한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지지해 주었다.
둘째, 위기대응체계가 강화되었다. 지난해 12월 국가위기관리센터를 국가위기관리실로 확대 개편하는 조치가 취해졌다. 위기관리체계 상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위기관리실은 ‘첩보의 점’을 ‘정보의 선’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던 문제, 위기 발생 전후의 전략적 커뮤니케이션 문제, 부처별 위기관리 노력의 통합 문제 등을 보완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비상 대비와 통합방위 체계를 보완하고자 관련 법규도 정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북 도서를 사수하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 아래 단기간에 필요한 전력도 보강되었다.
셋째, 우리 군의 군기가 엄정해지고 필승 의지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것도 확인된다. 국민의 애정 어린 질타와 성원에 힘입어 군이 제자리 찾기를 시작한 데서 비롯된 결과이다. 해병대 지원 장정들이 줄을 서고, 외국 시민권을 가진 젊은이들이 전방 근무를 지원하는 일이 더는 낯선 모습이 아니다. 전투형 부대로 거듭나겠다는 장교단의 각오도 예사롭지 않다. 이를 기반으로 군은 행정형 군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고자 애를 쓰고 있다.
넷째, 연평도 포격은 북한 3대 세습체제의 종말을 재촉하는 단초가 되고 있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을 통해 남남갈등을 유도하고, 우리 사회의 분열을 획책하려 했다. 그러나 민간인 마을까지 포격함으로써 전 세계의 비난을 초래했고 남남갈등 대신 대북 적개심과 안보의식이 강화되는 계기가 됐다. 한미 양국을 압박하여 국면 전환을 노렸지만 통하지 않았다. 중국이 북한을 감싸고 있으나 속마음은 편치 않아 보인다.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 또한 거세질 조짐이다. 북한은 연평도 포격 도발로 독배를 마신 모양새다. 3대 세습체제와 더불어 2012년에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는 미몽이 근본부터 흔들리는 모습이다.
우리는 그동안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을 계기로 정신무장을 새로이 하고자 결의를 다지고 제도적 미비점을 개선하는 데 힘을 모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일이다. 주변국들이 부산하게 움직인다. 북한의 추가 도발도 예상된다.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무리한 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연평도 포격사건은 물론이고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 때 산화한 영령들, 그리고 남겨진 가족들의 애통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위장 평화공세에 흔들려서도 안 된다. 고통이 따르더라도 원칙은 고수되어야 한다. 그 다음이 타협이다.
한반도에 유례없는 강추위가 몰아치고 있다. 민심 이반까지도 걱정해야 할 북한 지도부에게는 유난히 춥고 긴 겨울이 될 듯하다. 북한 지도부가 선택할 카드는 제한되어 있다.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잘못을 시인하고 한국의 ‘통 큰 지원’을 받는 것 외에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그것만이 북한이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고성윤 국방연구원 국방현안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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