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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艦, 해적에 본때 잘 보였다

namsarang 2011. 1. 23. 16:52

[동아일보 사설]

2011년 1월 22일 토요일

최영, 해적에 본때 잘 보였다

 

소말리아 해역에 파견된 우리 해군 청해부대가 어제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해적을 소탕하고 한국인 8명을 비롯한 선원 21명을 모두 무사히 구출했다. 최영함() 장병들은 작전 개시 5시간 만에 AK소총으로 무장한 해적 8명을 사살하고 5명을 생포했다. 인질로 잡힌 선원들이 해적과 섞여 있어 위험한 상황이었지만 링스 헬기와 수중파괴대(UDT) 특수전 요원들의 활약, 미 해군 P-3C 초계기의 지원 덕분에 작전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우리 선박들이 속절없이 해적질을 당하는 데 대한 국민의 울분을 풀어준 쾌거였다.

한국 선박이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것은 삼호주얼리호가 여덟 번째다. 작년 10월 납치돼 아직 감금돼 있는 금미305호를 제외한 나머지 선박 선원들은 모두 비싼 몸값을 지불하고 풀려났다. 삼호주얼리호는 먼저 납치된 삼호드림호 선원들이 석방된 지 불과 두 달여 만에 납치됐다. 삼호드림호 선원들의 몸값으로 지불된 950만 달러는 해적한테 바친 사상 최고 액수로 꼽힌다. 해적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한국 선박을 물러터진 ‘밥’으로 보이게 만든 나쁜 선례였다.

소말리아 해역에 해군을 파견한 미국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러시아는 진작부터 해적과 협상하지 않는 원칙을 관철해왔다. 프랑스는 2008년 9월 호화 요트를 타고 항해 중이던 자국인 부부를 납치한 해적을 사살 또는 체포하고 인질을 구했다. 2009년 4월에는 인질 5명 중 1명이 죽는 불상사가 있었지만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히려 철저한 응징 정책으로 나갔다. 지난해 3월 프랑스 해군은 해적 모함 4척과 소형 선박 6척을 궤멸한 뒤 해적 35명을 체포해 자국으로 압송했다.

해적 전문가 존 버넷 씨는 2009년 4월 뉴스위크 인터뷰에서 “소말리아 해적은 프랑스 옵션을 피하려 한다”며 “소말리아 해적은 프랑스 국기를 단 화물선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적 사이에서는 프랑스 관광객이나 미국 선원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삼호드림호가 950만 달러를 주고 풀려난 지 두 달 만에 해적들이 삼호주얼리호를 표적으로 삼은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해적들은 첨단 정보망을 통해 어떤 배가 언제 어디로 지나가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프랑스처럼 ‘우리 국적 배가 당하면 절대로 가만있지 않는다’는 국가적 권위를 해적들에게 각인시키는 게 중요하다.

우리 해군이 해적을 상대로 군사작전을 편 것은 2009년 3월 소말리아 해역 파견 이래 처음이다. 이번 인질 구출 작전의 성공을 계기로 우리도 해적에게 돈을 주고 배와 인질을 찾아오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생포한 해적 5명은 한국으로 압송해 우리가 재판권을 행사해야 한다. 해적들에게 확실하게 본때를 보여야 한국 선박을 감히 건드릴 엄두를 못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