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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구출 성패 관계없이 격려해주자

namsarang 2011. 1. 24. 23:37

[시론/신인균]

 

인질구출 성패 관계없이 격려해주자

 

 

이른 새벽 여명() 속에 삼호주얼리호의 뒤로 접근한 우리 청해부대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 대원들은 치밀한 작전과 탁월한 기량을 바탕으로 한국인 8명을 비롯한 선원 21명 전원을 무사히 구출하는 자랑스러운 결과를 만들었다. ‘아덴 만의 여명작전’은 국민에게는 자부심을, 주변국에는 한국군의 위력을, 무역역군들에게는 든든함을, 해적들에게는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전과를 거뒀다. 이로 인해 앞으로 해적들이 우리 상선을 납치하기가 부담스러워져 큰 억제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청해부대 중형헬기 없어 작전 제한


우리 청해부대는 열악한 상황에서 이번 작전을 성공시켰다. 이는 치밀한 작전이 주효한 덕분이지만 운이 따른 것도 배제할 수는 없다. 납치 선박에 진입하기 위한 방법은 청해부대처럼 고속단정을 타고 가서 사다리를 배에 걸고 올라가는 방법과 헬기를 이용해 배로 신속하게 강습하는 방법이 있다.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구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이 그런 방법으로 인질 구출작전을 펼쳤다.

하지만 우리 해군은 그런 헬기가 없다. 이번 작전에 투입된 링스헬기는 6인승의 소형 헬기다. 여기에 조종사 부조종사 기관총사수 저격수 사진사 등이 탑승하면 UDT 대원들이 탈 공간이 없다. 우리 해군에 선진국들처럼 군함 탑재용 중형 헬기가 있지 않은 이상 청해부대는 항상 불리한 여건 속에서 작전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삼호주얼리호처럼 1만 t급의 작은 배라면 사다리를 걸 수 있겠지만 30만 t급 유조선이나 1만 TEU급의 대형 컨테이너선이라면 사다리를 걸 수 없어 우리 UDT 대원들도 발만 구를 수밖에 없다. 청해부대에 매번 이런 멋진 전과를 기대한다면 1개 분대가 탑승할 수 있는 군함 탑재용 중형 헬기는 시급한 전력이다. 작전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장비를 주고 임무를 주어야 하는 것이 우리 국민과 정부의 책무인 것이다.

이번 작전의 성공으로 앞으로 피랍되는 선박이 있을 때마다 국민은 구출을 기대할 것이다. 하지만 해적들은 북한군의 정규군 분대와 똑같은 장비인 AK-47 소총과 RPG-7 대전차로켓 등으로 무장하고 있다. 아무리 우리 UDT 대원들이 뛰어난 기량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AK-47의 총탄에 맞아 전사할 수도 있고, RPG-7의 로켓에 고속단정이 통째로 파괴될 수도 있다. 또한 궁지에 몰린 해적들의 돌발행동에 우리 선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인질 구출작전으로 유명한 프랑스도 1월 7일 니제르에서 인질 2명에 대한 구출작전을 하다 인질이 모두 사망하는 뼈아픈 실패를 경험했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와 국민은 ‘테러단체와 타협하지 않는다’는 신념에 변함이 없고 그런 점에서 국민은 작전 실패와 관계없이 군과 정부를 격려한다.

 

항상 완벽한 성공 기대는 위험

따라서 이번과 같은 완벽한 성공이 항상 있을 것이란 기대는 위험하다. 때로는 희생도, 때로는 실패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희생과 실패가 있다고 해서 국민이 여론으로 가혹한 심판을 한다면 군과 정부는 인질 구출을 결심하는 것이 부담스러우며, 작전에 나서는 대원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우리 상선들은 이른바 봉이 되어 해적들의 집중 표적이 될 수 있다. 청해부대에는 해적의 총탄보다 더 무서운 것이 바로 국민의 질책인 것이다. 우리 국민이 혹시 모를 청해부대의 실패에도 격려의 박수를 쳐줄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되어 있음을 보여준다면 자랑스러운 우리 청해부대는 드높은 사기로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사지로 뛰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