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육정수]
목진휴 교수의 ‘복학생 오찬’
그제 낮 12시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있는 국민대 구내 레스토랑. 이 대학 행정학과 목진휴 교수가 군(軍) 복무를 마치고 이번 학기에 복학한 제자 10여 명을 점심에 초대했다. 목 교수가 한 명씩 이름을 부르며 한마디씩 건넸다.
“××야, 넌 어디서 근무했냐?”
“경기 파주입니다.”
“고생 많이 했다. OO 너는?”
“강원 홍천입니다.”
“너도 고생했네. △△는?”
“전방 15사단입니다.” 육정수 논설위원
“야, 너는 엄청 고생했구나.”
“軍 제대 복학생은 대한민국의 영웅”
목 교수는 말을 이었다. “군대는 후방이라도 집단생활을 하고 자유를 구속당하기 때문에 힘들지. 다들 2년 동안 수고 많이 했다. 너희는 대한민국의 영웅들이다. ‘군대는 썩는 것’이라던 과거 어느 대통령의 말이 맞지 않는다는 걸 후배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공부와 모든 면에서 모범을 보여주기 바란다.” 계속해서 복학생들이 겪은 군 경험담과 목 교수의 1970년대 군 생활 얘기로 웃음꽃이 피었다.
학군단(ROTC) 장교 출신인 목 교수는 입대 예정자와 복학생들에게 남다른 관심을 쏟는다. 수년 전부터 매 학기 강의 첫 시간과 종강 때 그들을 호명해 일어서게 한 뒤 학생들에게 박수를 쳐주도록 했다. 군 복무를 명예롭고 자랑스럽게 여기라는 뜻이었다. 2008년부터는 자비(自費)로 오찬을 베풀며 격려했다. 헌신과 희생에 대한 고마움을 박수로만 표시하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 때문이란다.
이번에 초대된 복학생들은 지난해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당시 대부분 군 복무 중이었다. 인천 영종도에서 공군으로 근무했던 학생은 “연평도 도발 때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나 바로 전화를 걸어 안심시켜 드렸다”고 말했다. 해군에서 복무한 학생은 “천안함 사건 당시 전쟁 직전 같았던 상황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육군 최전방 사단의 포병이었던 학생은 “연평도 도발 때 숨진 해병대원 한 명의 임무가 나와 같아 마음이 더 아팠다”고 말했다.
연평도 도발은 민간인 2명 사망, 3명 부상과 해병대원 2명 사망, 16명 중경상의 피해를 남겼다. 민간인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주민 대부분을 피란민으로 만들었다. 군의 안보태세에는 많은 허점이 드러났다.
그러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피격은 우리 젊은이들의 대북관(對北觀)과 안보관을 크게 바꿔놓았다. 북의 연평도 도발 이후 해병대 지원율의 급상승은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지난해 11월 23일 연평도 피격일은 해병대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 북은 해병대가 지키는 연평도를 기습 공격해 젊은이들의 잠자던 안보의식을 일깨웠다. 이는 우리에게 뜻밖의 소득이다. 김정일 정권에는 ‘도발을 하면 할수록 남조선의 국방력과 정신무장은 더욱 튼튼해진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젊은이들의 용기와 희생 잊으면 안 돼
연평도 사건은 ‘해병대 신드롬’을 일으켰다. 해병(일반) 지원율이 올해 1차 모집에서 4.5 대 1까지 높아졌다. 그제 마감한 3차 모집에서는 2.9 대 1로 나타났다. ‘해병 중의 해병’이라는 수색대 지원율은 무려 18 대 1을 기록했다. 6월 서북도서방위사령부 창설을 위해 모집정원을 300여 명 늘렸고 학기 중인데도 이런 높은 지원율을 보였다. 고교 성적 및 출석률, 체력 및 면접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아야 입대가 가능할 정도다.
7일 경북 포항의 해병대 교육훈련단으로 입대한 배우 현빈(29), 아니 훈련병 김태평은 청년들의 변화된 안보의식을 상징한다. 그는 국내외 2000여 명의 열성 팬과 취재진 앞에서 기자회견까지 한 뒤 화려하게 입소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장정은 부모 형제나 친구 등의 조촐한 배웅을 받으며 낯선 군문(軍門)에 들어선다. 우리 사회는 그들의 용기와 보이지 않는 희생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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