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3월 12일 토요일
日 대지진, 피해 최소화와 조속한 복구를 기원한다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동쪽 해저에서 리히터 규모 8.8의 초대형 지진이 발생해 대규모의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냈다. 어제 지진은 일본 지진 관측 사상 최대 규모다. 진앙에서 가까운 도호쿠 지방은 물론이고 도쿄(東京) 등 일본 각지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진앙이 육지가 아닌 바다 밑이었는데도 어젯밤까지 확인된 사망 및 실종자만도 수백 명에 이른다. 1차 지진에 이어 여러 지역에서 여진(餘震)이 발생했고 10m 안팎의 지진해일(쓰나미)이 덮쳐 시간이 흐를수록 인명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100명이 탄 배를 비롯해 많은 선박과 차량이 해일에 휩싸였다는 보도도 나왔다. 일본의 내진(耐震) 설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워낙 강력한 지진 앞에서 맥을 쓰지 못했다.
곳곳에서 주택과 사무용 건물이 불타거나 물에 잠겼고 정유공장 등 각종 산업시설에서도 화재가 발생했다. 상당수 원자력 발전소가 폐쇄됐고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졌다. 신칸센을 비롯한 모든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나리타공항 등 다수 공항이 폐쇄됐으며 통신 대란(大亂)도 발생했다. 일본 해안은 물론이고 러시아 대만 필리핀 등 50개국에 쓰나미 비상이 걸렸다. 일본 동부 태평양 해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의 충격을 일본 열도가 막아줘 한반도에 직접적 피해는 없었다.
일본 정부가 “이번 지진의 피해는 예상하기 어려운 수준이 될 것 같다”고 밝힐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일본 정치권은 정쟁 중단과 초당적 대처를 선언했다. 이명박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는 일본 국민과 정부에 심심한 애도와 위로의 뜻을 전달하는 한편 피해복구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러시아 중국 등 국제사회도 앞 다퉈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는 일본의 대지진을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며 조속한 복구를 기원한다. 한국 정부는 일본에 거주하는 교포와 주재원, 유학생, 여행객의 피해 상황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최근 세계 각국에서 잇따라 발생하는 지진은 심상치 않다. 지난달 22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시(市)에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해 실종자를 빼고도 166명이 숨졌다. 이달 10일에는 중국 윈난(雲南) 성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25명이 사망했다. 한국도 지진의 안전지대라고 방심하지 말고 정부 기업 국민이 모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기존 건물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신축 건물에 대한 내진 설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지진의 충격으로 어제 일본 주가와 엔화가치가 급락했다. 각종 시설이 파괴되거나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복구 과정에서 일본의 재정적자가 더 늘어나고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세계 3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의 어려움은 세계경제에도 연쇄적 충격을 미칠 수 있다. 우리 주요 제품의 부품 중에는 일본에서 수입되는 것이 많다. 가뜩이나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진 한국 경제에 부담이 커지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일본 지진의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노력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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