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문순보]
천안함 1년, 궤변 외치던 그들은…
최근 발간된 책 가운데 ‘보이지 않는 고릴라’라는 번역서가 화제다. 인지심리학에 입각해 인간 정신력의 한계와 인간의 무지를 경고한 책이다. 이 책의 내용 가운데 한국 사회의 병리현상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같은 대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정부 흔들기로 南南갈등 불러
인간은 흔히 자기가 보려고 하는 사물에 주의를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정보를 놓치는 ‘주의력 착각’에 빠진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 보려는 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교훈은 인간 주의력과 기억력의 한계를 지적하며 인간의 주지주의적 오만함을 일갈하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그것을 조금 달리 해석하면 한국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남남갈등’에 적용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남갈등이란 한국 사회에서 여러 쟁점에 대해 여론이 나뉘며 분열하는 이념적 갈등의 제반 현상을 일컫는 용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일상화돼 있다. 지난해 우리 사회를 거의 패닉 수준으로까지 몰아갔던 천안함 피폭사건을 보자. 사건 초기부터 언론에는 갖은 소문들이 난무했다. 천안함 자체의 결함에 의한 피로파괴설, 좌초설, 유실기뢰사고설, 선내폭발설, 심지어 현 정부와 미국의 합작에 의한 조작설까지 제기되는 등 검증 안 된 루머와 음모로 한국 사회는 열병을 앓았다. 4개국 국제전문가가 포함된 민군합동조사단이 최종 발표를 통해 북한의 소행임을 확인하며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음에도 우리 사회엔 여전히 천안함의 잔해가 남아 있다.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되뇌며 북한을 옹호하는 듯한 주장을 고수하는 이들은 자신이 믿고 있는 신념만을 고집하는 것은 아닐까? ‘주의력 착각’에 빠져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려는 나머지 진실을 애써 외면하는 것일까. 합조단의 공식 발표 후에도 이들은 자신들의 기존 주장만을 고집하며 발표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천안함 피폭이 북한의 소행이었음을 밝히는 증언들도 속속 나왔다. 북한 군사문제에 정통한 고위 탈북인사는 천안함 피폭을 1999년 연평해전에서 참패한 북한이 10년간 준비해온 결과라고 진술했다.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사건 때 무장간첩이던 이광수 씨는 “북한에서는 어뢰를 정비하기 위해 분해하면서 조립 때 혼선을 막을 목적으로 1, 2, 3번 등 번호를 적는다”며 천안함 사건이 날조됐다는 북한 주장이 엉터리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천안함에 대한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세력들은 무엇을 위해 그 같은 열정을 불사르는 것일까? 심지어 천안함 사건 8개월 만에 터진 연평도 피격의 원인에 대해서도 현 정부가 과도한 대북 압박정책을 펼치며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했기 때문에 그 같은 불상사가 일어난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펴는 이들도 있다. 백번을 양보해서 그 같은 주장이 옳다손 치자. 그렇다면 대화에 안 응한다고 전쟁행위에 비견하는 민간인 학살을 자행하는 북한 행위는 정당하다는 말인가?
객관적 사실 아직도 외면해서야
한국사회를 여러 갈래로 찢어놓으며 정부 흔들기에 나서고 있는 이들은 자신들의 가치만 지고지선한 것으로 신봉하며 객관적인 사실조차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고릴라’의 저자들이 경계하는 것처럼 자기 능력을 과신하는 ‘자신감 착각’일 수도 있고, 모르면서 안다고 우기는 ‘지식 착각’일 수도 있으며, 북한에 대한 맹목적인 동경일 수도 있다.
26일은 천안함 피폭 1주년이다. 국민들의 마음에는 그날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고 유족들의 슬픔도 여전하다. 이날만큼은 이념 지향적인 행태에서 벗어나 우리의 안보를 되돌아보고 이웃들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진정한 동족의식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문순보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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