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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委 갈 길 멀다

namsarang 2011. 3. 19. 18:36

[오늘과 내일/방형남]

국가인권委 갈 길 멀다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은 두 달 전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개선 관련 공청회에 참석해 축사를 하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인권 개선을 위해 뛰고 있는 대표적인 국회의원이다. 황 의원의 이름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에 공동 발의자로 들어 있다. 북한의 참혹한 인권 상황을 모른 체하던 인권위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중장기 정책 로드맵을 만들겠다며 공청회를 열었으니 황 의원이 감격할 만하다.

북한 인권 외면한 부끄러운 10년

최근 인권위가 보여주고 있는 대북(對北) 관심은 전례가 없는 것이어서 특히 눈에 띈다. 인권위는 1월 북한인권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나흘 전에는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와 북한인권기록관을 열었다. 지난해 12월에는 전원위원회에서 “북한 주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요지의 권고안을 채택했다.

인권위는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지만 북한 인권의 관점에서 보면 존재하지 않는 기구나 마찬가지였다. 2006년 12월 11일 전원위원회 의결을 거쳐 발표한 ‘북한 인권에 관한 입장’이 대표적이다. 인권위는 “북한 지역에서의 인권 침해 행위는 위원회 조사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했다. 처형 위기에 빠진 북한 주민을 구해달라는 진정을 “조사영역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로 각하하기도 했다.

인권위가 일을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국내 문제에 대해서는 ‘초등학교의 일기장 검사’에도 잔소리를 할 정도로 오지랖이 넓었다. 촛불시위를 놓고 불법 폭력시위보다 이를 진압한 경찰이 더 문제라는 식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2004년에는 헌법재판소가 합헌 판정을 내린 국가보안법에 대해 폐지를 권고하는 황당한 일을 했다.

인권위 출범 후 우리가 알게 된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는 헤아릴 수도 없다. 15만 명이 감금돼 있는 정치범 수용소, 계속되는 아사(餓死), 줄을 잇는 탈북자,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등등. 인권위는 ‘모든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보호하고 그 수준을 향상시킴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한다’는 설립 목적을 잊고 북한의 인권 침해를 외면했다.

인권에는 국경이 없다. 대한민국의 인권과 북한의 인권이 다른 것도 아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설립된 인권위는 햇볕정책의 그늘 아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바라봤다. 모른 게 아니라 작심하고 외면한 것이다.

 

인권위가 이제라도 달라진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후 벌써 3년이 지났다. 2009년 7월 17일 취임한 현병철 위원장도 재임 만 2년이 다가온다. 우리 사회에 끈질기게 남아 있던 햇볕정책의 잔재를 탓하기에는 남은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

정권은 짧지만 인권은 영원하다

인권위는 현 위원장 취임 후 극심한 혼란을 겪었다. 대륙별 순환원칙에 따라 3년 임기의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F) 의장직을 맡을 수 있었지만 포기해 국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현 위원장 체제에 대한 반발로 상임위원 비상임위원을 포함한 61명이 집단 사퇴해 인권위를 흔들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대북 관심이 인권위에 대한 외부 비판과 내부 혼란을 피하기 위한 비상구가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자면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 북한인권침해신고센터만 해도 앉아서 피해자의 진정을 기다린다는 한계가 있다. 인권위가 능동적으로 조사하거나 자료를 수집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현 위원장도 “올해를 북한 인권 개선 사업의 실질적 성과를 내는 원년으로 삼겠다”고 했다. 정권은 임기가 있지만 인권은 영원하다. 인권위의 대북정책은 무엇보다 정권을 초월해야 한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