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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정주영’이 필요하다

namsarang 2011. 3. 23. 22:07

[시론/유병규]

‘제2 정주영’이 필요하다

 

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3대 고질병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까닭이다. 소득 양극화로 중산층이 점차 사라지는 것, 청년실업과 비정규직 등으로 상징되는 일자리 부족 문제, 갈수록 복지 부담이 늘어나는 게 그것이다. 선진국이 되기도 전에 한국 경제의 성장력이 떨어지는 ‘조로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내 경제의 왕성한 세포 분열을 의미하는 새로운 기업 창출이 미진한 데서 근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수많은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자취를 감추었지만, 빈자리를 메워줄 신생 기업들은 발견하기 쉽지 않다.

불가능을 가능케한 도전정신

경제 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주역은 현대 삼성 LG 같은 대기업들이었다. 반세기가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경제는 이들 기업의 경영 성과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대기업들의 주력 분야가 대개 수출 중심인 데다 성숙화되고 자동화돼 이들만 의존해서는 한국 경제의 깊어지는 병세를 치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중산층을 복원하고, 일자리를 늘리고, 복지 수요를 충당하려면 새로운 기업들이 끊임없이 생겨나야 한다. 한국 경제의 미래를 위해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각 시대 환경에 맞는 경제적 부를 획득하기 위해 창업을 하고 키워나가는 ‘기업가 정신’이다.

한국 경제의 어려운 현실을 극복하고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데 절실히 요구되는 기업가 정신은 ‘아산 정주영 정신’을 통해 찾을 수 있다. 그는 시대별로 국가 경제 발전에 필요한 건설, 조선, 자동차, 반도체 기업들을 창립하고 세계적 대기업으로 육성한 가히 대한민국 국부 창출의 아버지라 할 수 있다.

아산 정신을 설명하는 다양한 의견들을 살펴보면 크게 다섯 가지로 집약된다. 첫째는 잘 살아보겠다는 현실 극복의 헝그리 정신이다. 그는 자신의 가족과 나라의 가난을 해결하기 위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했다. 두 번째는 용기 있는 도전 정신이다. 관료들도 성공하기 힘들다고 한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어 세계적인 국산 승용차를 만들어낸 것은 아산의 용기와 도전 정신의 대표적 산물이다. 세 번째는 통념을 뛰어넘는 창조 정신이다. 조선소 건설과 선박 건조를 동시에 추진한 것이나, 서산 천수만 간척사업을 위해 폐유조선을 활용한 것 등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창조정신의 발로였다. 네 번째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행동주의 정신이다. 아산의 무수한 창업 활동은 눈앞의 어려움, 주변의 반대, 미래의 불확실성에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현될 수 있었다. 다섯 번째는 국가 발전에 기여한다는 사업보국 정신이다. 울산 현대 공장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며, 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되는 길이다’는 표어가 걸려 있다. 세계를 감동시킨 아산의 대북사업 역시 남북한 상생을 위한, 기업을 통한 애국정신의 발로였다고 본다.

기업가 정신 어느 때보다 절실

 

국민소득 3만 달러 경제국으로 한국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투자와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선진 기업을 따라가던 추격 시대에서 이제는 세계 1등 기업으로서 앞길을 스스로 개척해야 하는 상황이 돼 더 큰 용기와 모험정신 그리고 창의성이 요구된다. 기업을 창조하고 이를 키워가는 ‘아산 정신’을 이어가려면 기업가가 창출한 부의 소유를 존중하고 기업가를 존경하는 풍토를 조성해 기업 운영의 재미와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유복한 환경의 신세대들에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기와 도전정신을 불어넣을 수 있는 교육 혁신과 함께 기업 활동의 제약 요인들을 과감히 철폐하는 일 역시 지속해야 할 중요 과제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