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
‘말 vs 행동’ 독도문제 대응전략 바꿔야
3월 17일과 21일 러시아 전투기가 쿠릴 열도(일본명 북방영토) 쪽으로 두 차례나 비행했다. 하지만 일본은 항의조차 못했다. 이런 ‘무대응’엔 이유가 있다.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쿠릴 열도에 대해 ‘말’을 늘어놓을수록 몇 배의 ‘행동’이 되돌아온다는 학습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일본 총리와 각료들이 “북방영토는 우리 땅”이라며 영유권 주장 수위를 높이자 러시아는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데 이어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공격용 헬기를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일본은 더 큰 보복조치가 두려워 아무 말도 못했다.
이런 ‘행동 우선’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실효지배 중인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지난해 중국과 분쟁이 벌어지자 홋카이도 자위대 일부를 오키나와로 이동시켜 센카쿠 방위력을 키우겠다고 발표했다.
쿠릴 열도와 센카쿠 열도의 공통점을 꼽자면 실효지배하지 못하는 쪽은 ‘말’로, 실효지배하고 있는 나라는 ‘행동’으로 대응한다는 점이다. 유독 독도에서만 한국과 일본이 ‘말 대 말’로 주고받는다. 그 결과 독도가 분쟁지역이라는 오해를 국제사회에 심어주고 세계인의 이목까지 집중시키는 역효과를 낳았다. 바로 일본이 노리는 바다.
러시아가 쿠릴 열도와 관련해 일본에, 일본이 센카쿠와 관련해 중국에 “너희들 땅이라고 교과서에 쓰지 말아 달라” “영유권 표현을 살살 해 달라”고 ‘부탁’하는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에 ‘사전 협조요청’이란 이름 아래 수십 년간 그렇게 해왔다. 그러는 동안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점점 강해졌다. 그때마다 우리는 ‘사후 항의’로 반짝 들끓다 식기를 반복해왔다.
일본 관가엔 “교과서에 독도 영유권 표현을 강화해도 한국은 대사 불러 항의하고 대변인 성명 발표하고 국회에서 잠시 떠들다 끝난다”는 말이 나돈다고 한다.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한 3월 30일에도 일본 정부는 “한일관계에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느긋해 했다. 한국이 그렇게 만만한 모양이다. 우리 외교관들은 이런 현실을 뻔히 알면서도 “왜 사전에 막지 못했느냐”는 국회의원과 여론의 질타가 두려워 일본 외무성을 전전하며 ‘사전 협조요청’을 해왔다. 한 외교관은 “지금처럼 하면 100년 지나도 마찬가지다. 외무성 갈 때마다 자존심 상한다”고 말했다.
독도에 관한 한 그동안 일본이 기침하면 우린 감기에 걸리는 식이었다. 이젠 우리가 기침하면 일본이 경기(驚氣) 들도록 해야 한다. ‘말 대 행동’ 전략으로 ‘도발할수록 손해’라는 학습효과를 심어줘야 한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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