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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연패 신한, 한국 스포츠史 다시 썼다

namsarang 2011. 4. 2. 22:23

 

5연패 신한, 한국 스포츠史 다시 썼다

 

여자프로농구 챔프전서 KDB 꺾고 5년 연속 통합우승
임달식 감독, 노장 - 신인선수들 하나로 묶고 금자탑

“높이 높이 날아라”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5년 연속 통합우승을 차지한 여자 프로농구 신한은행 선수단이 우승기념 모자를 공중으로 던지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연합뉴스

“5, 4, 3, 2, 1, 0∼.”

관중들의 외침과 함께 버저가 울린다. 마무리 슛을 터뜨린 김단비가 동료들에게 달려가 안긴다. 부둥켜안은 임달식 감독과 선수들 머리 위를 축포와 꽃가루가 흩날린다. 국내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5년 연속 통합우승의 금자탑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신한은행이 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KDB생명을 67-55로 꺾고 3연승으로 통합우승을 달성했다. 신한은행은 전반에 21-27로 뒤졌지만 3쿼터 들어 하은주(19득점 9리바운드)가 살아나며 경기를 뒤집었다.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 평균 23득점을 폭발시킨 하은주는 기자단 투표에서 53표 중 35표를 얻어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신한은행의 통합우승 5연패는 다른 종목과 비교해 보면 가히 금자탑이라 할 수 있다. 프로야구 해태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4연패했지만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한 통합우승은 1988년 한 번밖에 없다. 연속 통합우승은 프로야구 해태, 현대, 삼성, SK, 프로농구 현대, 프로배구 흥국생명 등이 기록한 2회가 최다.

신한은행의 대기록 뒤에는 스타 선수들을 하나로 묶은 임달식 감독의 지도력이 있었다. 임 감독은 엘리트 코스가 아닌 야전에서 실력을 키운 무명 지도자였다. 선수 생활도 화려함보다는 어려움이 많았다. 1987년 고려대 졸업 후 1993년까지 현대에서 뛰었지만 당시 최고 스타 허재와의 구타 사건 후 은퇴한 뒤 한정식집을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철저한 연구와 노력을 통해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조선대 감독을 맡으며 팀을 2부에서 1부로 승격시켰다.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 감독으로 부임한 2008년엔 데뷔 첫해 우승컵을 거머쥔 최초의 감독이 됐다. 올 시즌은 본인과 하은주, 김단비 등이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에 차출됐고 정선민까지 다쳤지만 이마저도 이겨냈다.

 

임 감독은 “통합 3연패 후부터 주변에서 ‘신한이 져야 여자프로농구가 산다’는 농담을 들을 때마다 힘들었다”며 “내년에는 성적만을 위한 농구에 머물지 않고 트레이드에도 적극적으로 임해 새로운 신한으로 재탄생시키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이 골 그물을 자르는

우승 세리머니 를 한 뒤 팬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리빌딩은 하위 팀들에 어울리는 단어다. 대개 하위권 팀들은 리그 중반 이후 신진 선수를 시험하면서 다음 시즌을 준비한다. 반면 순위 싸움이 치열한 상위권 팀들은 리빌딩을 할 여유가 없다. 전력을 보강하지 못한 우승 팀들이 종종 다음 시즌 추락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통합 5연패를 달성한 신한은행은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핵심 선수들이 차출되면서 시즌 초반부터 어쩔 수없이 리빌딩을 실시했지만 정규 시즌과 플레이오프 내내 독주했다. 강영숙 김단비 최윤아 등이 신한은행의 미래를 책임질 만큼 성장했다. 신한은행을 더 이상 ‘정선민-전주원-하은주의 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다.

‘뉴 레알 신한’을 이끌 선두주자는 주장 강영숙(30)이다. 리바운드 수비 등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살림꾼이지만 올 시즌 공격(평균 11.31점)에도 눈을 떴다는 평가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강영숙은 6개 구단 감독이 가장 탐내는 선수가 됐다. 상대가 더블 포스트로 나와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강영숙이 없었으면 챔피언 5연패도 없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팀 차세대 에이스 김단비(21)의 성장세도 무섭다. 지난해 체코 세계선수권과 광저우 아시아경기에 다녀온 이후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정규시즌 득점 5위(13.5점)에 올랐고,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주득점원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최윤아(26)도 포스트 전주원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다. 전주원이 완급조절 능력이 뛰어난 정통 포인트 가드라면 최윤아는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조직 농구에 능하다. 임 감독은 “최윤아가 있어서 신한은행은 완전히 다른 색깔의 무기를 갖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