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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성 왼발에 첼시 침몰하다

namsarang 2011. 4. 14. 19:42

[축구]

박지성 왼발에 첼시 침몰하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 맨유 동점골 허용 1분도 안돼 천금의 결승골
지성 ‘핏빛 투혼’에 7만여 홈팬 열광… 퍼거슨 “놀랄 만한 골” 격찬

 

 

 

‘챔피언스리그의 사나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13일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스리그 8강 2차전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박지성은 1-1로 맞선 후반 32분 환상적인 결승골을 터뜨렸다. 챔스리그 통산 4호 골을 터뜨리며 팀의 4강행을 이끈 박지성이 포효하고 있다. 맨체스터=AP 연합뉴스

 

‘드록신(神)’으로 불리는 첼시의 디디에 드로그바가 가슴으로 볼을 받은 뒤 강슛으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의 골망을 흔들어 동점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첼시에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13일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100억 원이 넘는 우승 상금과 지구상 최고 명문 팀이라는 영예를 놓고 다투는 축구 잔치에 앉은 첼시의 억만장자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맨유와의 8강 홈 1차전에서 0-1로 진 첼시는 이날 무조건 이겨야 했다.

첼시는 챔스리그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러시아 석유재벌 아브라모비치의 챔스리그 집착은 유명하다. 그는 돈으로 우승을 산다는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다. 올해 초에만 선수 두 명을 영입하는 데 1100억 원을 넘게 썼다.

전반 21분 공중볼을 다투다 왼쪽 눈 부위 가 찢어져 피를 흘리고 있는 박지성. 세 바 늘이나 꿰맸다. 맨체스터=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 사상 최대 이적료인 897억 원을 주고 영입한 페르난도 토레스는 이날 실망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첼시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전반이 끝나자 구단주가 총애하는 토레스를 빼고 33세 노장 드로그바를 투입했다.

후반 32분 드로그바가 골을 넣었을 때 아브라모비치의 표정은 누그러지는 듯했다. 첼시는 전반 초반부터 작심한 듯 맨유를 밀어붙였지만 오히려 전반 43분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0-1로 끌려갔다. 설상가상으로 한 명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한 불리한 상황에서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것이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와 안첼로티 감독의 안도감은 1분을 넘기지 못했다.

첼시가 동점골을 넣은 지 50초 만에 박지성이 첼시의 염원을 산산조각 냈다. 미드필드 왼쪽을 파고들던 박지성은 라이언 긱스의 패스를 받아 가슴으로 볼을 트래핑한 뒤 강력한 왼발 대각선 슛으로 첼시의 그물을 흔들었다. 드로그바가 동점골을 넣었던 패턴과 비슷했다. 챔스리그 본선 통산 4호골. 이날 경기장을 뒤흔든 7만여 팬의 함성이 얼마나 컸던지 맨유 홈페이지는 “이런 위대한 경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원초적이고도 극한의 환희에 찬 함성”이라고 표현했다.

 

2005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시절 AC 밀란과의 4강 2차전에서 아시아인으로는 최초로 챔스리그 본선에서 골을 넣었던 박지성은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 챔스리그에서 고비마다 한 방을 터뜨리며 ‘챔스리그의 사나이’임을 과시했다.

박지성은 6년 전 챔스리그 AC 밀란전에서의 활약으로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의 눈에 띄어 잉글랜드로 옮겼고 이후 대성했다. 박지성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도 “퍼거슨 감독이 나를 선택한 것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주겠다. 나는 큰 경기일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스스로 강해지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박지성은 전반 21분 상대 수비수 존 테리와 부딪쳐 왼쪽 눈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11.06km를 뛰었다. 이날 터뜨린 시즌 7호골(4도움)로 볼턴 이청용(4골 7도움)과 함께 올 시즌 공격 포인트 11개를 기록하고 있다. 맨유 입단 후 최고 성적이다.

퍼거슨 감독은 “중요한 순간에 박지성이 놀랄 만한 골을 넣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