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순보]
김일성 99번째 생일에 돌아보는 北의 3대 세습
15일은 김일성의 생일(태양절)이다. 1912년생이니까 올해는 그의 아흔아홉 번째 생일이다. 죽은 지 17년이 다 돼가지만 북한에서는 여전히 김일성을 불멸의 영웅으로 추앙한다. 그 까닭은 김정일, 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왕조의 시황(始皇)으로 그를 추앙하는 게 사회 통제를 통한 정권의 권력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을 영생의 성상으로 떠받들고 있다. 북한 문학가 김홍익의 ‘살아계시다’는 김일성 사후 신격화 과정을 그린 단편소설이다. 평범한 농촌 아낙인 주인공 현분녀를 통해 유훈통치의 절대성과 김일성 신격화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수령은 죽은 후에도 여전히 인민들의 가슴속에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 위대함과 신성성은 후계자에게 계승된다.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 세습하는 후계자론이 공식 이데올로기의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예컨대 지난해 개최된 제3차 노동당대표자회에서 개정된 노동당 규약 서문에는 ‘당 건설에서 계승성을 보장하는 것을 당 건설의 기본 원칙으로 한다’고 명시해 3대 세습을 사실상 명문화했다. 후계자론은 수령론의 하위 개념이지만 현실적으론 수령과 후계자의 지위가 동일한 개념으로 간주된다. 후계자는 차기 수령이기 때문이다.
북한정권은 혁명적 수령의 적통론으로 후계자론을 내세워 김정은 3대 세습의 논리까지 정당화하고 있다. 북한은 2009년 1월 김정은을 왕세자로 결정한 후 현재까지 후계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갖은 공작을 일삼고 있다.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 등은 김정은을 군부 지도자 자질을 갖춘 인물로 부각시키기 위한 무모한 모험이었다. 돌이켜보면 2009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2차 핵실험도 그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지도자로서 업적이 전무한 20대 청년을 정권의 최고지도자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너무나도 많은 비용을 들인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은 3대 세습을 강행해야 할 이유가 있었다. 정권의 연명을 위해서다.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고 있던 상황에서 후계자로 믿을 수 있던 건 ‘물보다 진한 피’요, ‘안으로 굽는 팔’이었다. 북한은 정권 유지를 위해 체제 자체를 김씨 일가의 개인 왕조로 만들고 현대사에 유례없는 3대 세습을 획책하는 것이다.
이 같은 북한의 3대 세습에 자유세계 인사들은 혹독한 비판을 가한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북한 내부 사정에 간여하는 건 내정간섭이라며 북한의 선택을 국내정치적 결정으로 봐주자는 ‘관대한’ 시각도 존재한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을 ‘내재적’으로 대하자는 주장과 연결돼 있다. 이들의 관점이라면 리비아의 무아마르 카다피가 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탄압과 살상을 자행하는 행태도 묵인해야 하는가? 북한정권의 인권 탄압이 카다피에게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잔혹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또 이들은 대지진으로 인한 일본 원전사태에 목소리를 높여 핵 사고의 경각심을 고취시키면서 정작 우리에게 직접적인 위협으로 인식되는 북한 핵시설의 안전에 관해서는 유구무언하고 있다. 이들의 행태는 ‘우리 민족끼리’만 ‘내재적’으로 이해하자는 편협한 민족주의의 발로인가, 아니면 ‘내가 하면 로맨스지만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아전인수의 극치인가?
북한은 태양절을 의미 있게 치르기 위해 그날을 전후로 모종의 도발을 계획하고 있을 수 있다. 그 역시 정권기반이 취약한 김정은의 업적 쌓기용이 될 것이다. 반문명적이고 비민주적인 그들의 세습 절차를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확고한 안보태세를 다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국론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현재와 같은 분열은 북녘이 한국에서 점점 멀어지는 환경만 창출할 뿐이다. 국민적 각성이 필요한 시점이다.
문순보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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