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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들, 협박만 당할건가요

namsarang 2011. 4. 26. 22:16

[시론/이현우]

유권자들, 협박만 당할건가요

 

 

선관위는 23일 선거법 위반 행위로 고발 16건, 수사의뢰 5건을 포함하여 100건을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천 때부터 시끄럽더니 선거가 막판에 이를수록 혼탁함이 심해 또다시 재·보선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정당들은 재·보궐선거를 치르게 한 책임과 부끄러움을 망각한 채 상대방에 대한 고소·고발과 네거티브 선거전에 몰두하고 있다. 기필코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그들의 일념이 국민들로 하여금 또 한 번 정치를 외면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사생결단하듯 재·보선 막판 혼탁

정당들은 이번 재·보궐선거 결과가 정당의 존폐를 결정하는 것처럼 사생결단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후보자들 역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협박하는 수준이다. 선거 결과에 국가의 운명이 걸렸다거나 정치생명을 걸겠다는 발언은 도를 넘어선 것이다. 선거의 패자들은 정말 정치에서 은퇴할 것인가? 미덥지도 않지만 국민이 바라는 바도 아니다.

이번 선거가 현 정치에 대한 국민정서를 읽을 수 있는 풍향계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당들이 자신을 되돌아볼 기회는 될지언정 향후 정치를 결정지을 모든 것은 아니다. 내년 총선이나 대선에 미치는 영향도 지금 정당들이 외치는 것처럼 결정적이지는 않다. 선거를 치르는 지역이 전국을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더욱이 유권자들이 내년 선거에서 같은 후보나 정당을 선택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러한 사실을 모를 리 없는 정당들이 이처럼 호들갑을 떨면서 재·보선에 목을 매는 이유는 따로 있다. 어쩌면 선거 결과가 이후 정국 주도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재·보선 결과는 이후 여야 간의 관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오히려 당내 권력투쟁에 영향을 미친다. 후보 공천 과정에서 정당들이 노정한 갈등에서 볼 수 있듯 향후 계파 간 주도권 싸움에 선거 결과가 명분이 될 것이다. 이러한 것은 결국 당내 리더십이 안정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국회의원은 지역대표와 국민대표라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국민 전체를 위한 역할이 기본이지만 지역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역할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재선을 노리는 국회의원이라면 사실상 지역구의 이해관계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한-칠레 FTA 비준 당시 여야의 구분이 아니라 도시당과 농촌당으로 나누어졌던 기억을 되살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국 단위 총선이 아니라 재·보궐선거라면 지역대표성에 중점을 두는 것이 맞다. 1년 임기의 선거라는 것을 감안하면 정당들이 운명을 걸 이유는 없다.

이제는 정치를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한두 석의 의석 변경이 정치 판도를 바꿀 것도 아닌 상황에서 정당들의 도를 넘는 선거운동과 과장된 의미 부여는 타당치 않다. 지방선거도 중앙선거에 함몰되어 선거의 자율성이 훼손되는 마당에 재·보선마저 전국선거와 같은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당뿐만 아니라 유권자에게도 불필요한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