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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영 씨, 당신 꿈을 내가 이뤘어요”

namsarang 2011. 4. 27. 23:50

 

김재수, 8000m급 14좌 완등

 

“고미영 씨, 당신 꿈을 내가 이뤘어요”

산악인 김재수 대장(오른쪽)이 26일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라 여성 산악인 고 고미영씨(왼쪽)와 약속했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성공했다. 고 씨의 등반 파트너였던 김 대장은 2009년 7월 등반 중 사고로 숨진 고 씨의 영결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연합뉴스·동아일보DB

 

날이 흐렸다. 13시간이 넘게 벌인 사투의 끝. 해발 8000m가 넘는 깎아지른 봉우리에서 산 사나이는 울먹였다. “고인의 꿈을 이뤘습니다.”

작고한 여성 산악인 고미영 씨와 함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에 도전했던 산악인 김재수 대장(51)이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안나푸르나(8091m) 등정에 성공했다.

코오롱스포츠는 김 대장이 이끄는 원정대가 26일 오후 1시 50분(현지 시간)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상에 올랐다고 전했다. 김 대장은 0시 20분 등반을 시작해 13시간 30분 만에 정상 등정에 성공했다. 3월 18일 출국한 지 40일 만이다. 코오롱스포츠 측은 현지 기상 악화로 김 대장이 어렵게 정상에 올랐다고 설명했다.

히말라야 8000m급 14개 봉우리를 모두 오른 한국 산악인은 박영석 엄홍길 한왕용 오은선 씨에 이어 김 대장이 다섯 번째. 전 세계로는 라인홀트 메스너(이탈리아) 등에 이어 23번째다.

뛰어난 고소적응력을 발휘하며 히말라야 등반에 앞장서던 김 대장은 고미영 씨의 부탁을 받고 등반 파트너로 함께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2007년 5월 에베레스트(8850m)를 시작으로 8000m급 10개봉에 함께 올랐다. 당시 여성 세계 최초의 14좌 완등을 놓고 오은선 씨와 경쟁했던 고 씨는 2009년 7월 낭가파르바트(8126m)를 등정한 뒤 하산하다 숨졌다. 장례식장에서 통곡하며 눈물을 흘렸던 김 대장은 이후 고 씨의 뜻을 새기며 남은 봉우리들을 오르기로 했다. 김 대장은 지난해 가셔브룸 2봉(8035m)과 1봉(8068m) 등정에 성공했다. 그는 가셔브룸 2봉 정상에 A4 용지 크기의 고 씨 사진을 묻고 내려오기도 했다. 김 대장은 2, 3일 안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뒤 열흘 후쯤 귀국한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