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살 ‘대동여지도’ 현대지도 뺨치는 창의성
■ 학계, 가치 재조명 움직임 활발
조선 최고 지리학자 고산자 김정호의 ‘대동여 지도’는 우리나라 전통 지도학을 집대성한 걸작이다. 국토를 세로 22개 층으로 나눠 22책으로 묶었는데, 이 책들을 모두 이어 붙이면 아래 사진과 같은 전도가 완성된다. 전도의 크기는 4×7m에 이 른다. 김정호는 일반 대중을 위해 이 지도를 4분의 1 크기로 줄인 ‘대동여지전도’를 출간하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부산대 도서관 제공
고산자 김정호(1804년경∼1866년경)의 ‘대동여지도’가 올해로 150세를 맞았다. 우리나라 지도 역사의 새 시대를 연 대동여지도와 김정호를 새롭게 조명하기 위한 학계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 10월 서울대서 대규모 학술대회
지난해 한국고지도연구학회와 한국문화역사지리학회, 한국지도학회가 발족한 ‘대동여지도 150주년 기념 학술사업 준비위원회’는 전국의 대동여지도 소장기관들을 순회하는 전시와 학술대회를 기획하고 있다. 1861년 초판을 낸 대동여지도는 목판인쇄본으로, 국내외에 흩어진 인쇄본이 총 25점에 이른다. 위원회는 올해 3월 일부 소장기관과 첫 회의를 열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시작으로 하는 전시와 학술대회 일정을 확정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6일부터 7월 24일까지 기획전 ‘대동여지도, 지도에 담은 동방의 큰 나라’를 중·근세관 테마전시실에서 연다. 대동여지도 인쇄본은 물론이고 국내에서 숭실대와 중앙박물관만 유일하게 소장한 목판(보물 제1581호) 등 16건 55점의 유물을 전시한다.
5월 2∼13일에는 부산대 도서관이 ‘대동여지도, 지도를 함께 나누다’를, 6월 13일∼7월 8일에는 국립중앙도서관이 ‘김정호의 꿈, 대동여지도의 탄생’을 학술대회와 함께 개최한다. ‘김정호의 꿈…’에서는 김정호를 주제로 한 소설, 김정호가 지도를 만드는 데 참고한 도서들도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7월에는 거창박물관, 8월에는 성신여대 박물관, 9월에는 서울대 규장각이 행사를 이어간다. 10월 20, 21일엔 서울대에서 ‘대동여지도에 길을 묻다’란 주제로 종합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 국가독점 국토지리정보, 대중화시대 열어
우리 고지도의 백미인 대동여지도는 국토를 남에서 북으로 120리씩 잘라 총 22개의 긴 책으로 엮은 지도다. 한 책을 동서로 80리씩 끊어 접고 펼 수 있도록 했는데, 22책을 이어 붙이면 전체 크기가 약 4×7m에 이른다.
19세기 이웃 일본과 중국이 유럽 지도학을 받아들여 지구가 둥글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 경위선(經緯線) 지도를 사용했던 데 비해 한국은 여전히 ‘천원지방(天圓地方·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 사상에 입각한 전통 지도를 쓰고 있었다.
대동여지도는 실측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전통 지도이지만 그 구성은 현대 지도책에 가깝다. 김정호를 연구해온 국립중앙도서관 고서전문원 이기봉 박사는 “대동여지도의 가치는 정확성에 있는 게 아니다. 목차와 색인을 둔 점, 배율을 적은 점 등 현대 지도책이 가진 요소들을 이미 갖췄다는 점에서 놀라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도 대중화의 문을 연 점도 높이 평가받는다. 목판인쇄본으로 만들어져 국가가 독점하던 국토지리정보를 대중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큰 지도를 지역별로 나누고 잘라 이용과 휴대가 편리하도록 만든 점 역시 일반 사용자를 위한 획기적인 배려였다.
대동여지도 외에도 김정호는 ‘청구도’ ‘동여도’ 등 7종의 대형지도와 4종의 낱장지도를 냈고 ‘대동지지’ ‘동여도지’와 같은 지리지도 출간했다. 당대 국토 정보를 집대성하고 체계화한 조선 최고 지리학자이지만 평민이었던 탓에 전해지는 기록은 다 합쳐야 A4용지 한 쪽 분량에 불과할 정도다.
위원회는 순회 전시 및 학술대회를 통해 그동안 대동여지도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김정호의 생애와 다른 업적도 조명할 계획이다. 대동여지도 또한 미술적 가치 등 다양한 측면을 새로 조명한다. 실무위원장을 맡은 부산대 지리교육과 김기혁 교수는 “각 기관과 협조해 시민 답사, 강좌 등도 열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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