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5월 13일 금요일
곽 교육감의 주민투표 개입과 선관委의 방관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청구하기 위한 서명을 어디서 할 수 있느냐”고 시민들이 물어도 알려줄 수 없다며 거리를 둔다. 주민투표법 11조에 ‘공무원은 서명요청 활동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조심스러운 태도와 달리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법조문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다. 곽 교육감은 지난달 ‘교육감 지시사항’ 문건을 통해 “친환경 무상급식 괴담에 대응하라. 특히 주민투표에 대응해 5, 6, 7월 등 월별 대응전략을 수립하라”며 직속 기관과 학교에 보낼 무상급식 관련 홍보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곽 교육감의 개입 사실이 동아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나자 “주민투표 진행과 관련해 학교 일선에 혼선 가능성이 있으므로 무상급식에 차질 없도록 하라는 의미”라며 “곽 교육감은 주민투표 서명운동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는 해명 자료를 홈페이지에 올렸다.
전면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서울시뿐 아니라 전국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다. 무상급식 반대 서명을 주도하는 ‘복지포퓰리즘 추방 국민운동본부’의 노재성 운영위원장은 “교육감이 직원에게 주민투표에 대응하라고 지시한 것 자체가 서명운동에 개입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시 단계라 뭐라 말하기 어렵지만 교육감이 서명운동에 반대할 목적으로 대응 방안을 세워 실제 시행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있다”면서도 바로 조사에 나서지 않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주민투표법 20조는 ‘그 지방의원을 제외한 공무원은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에 관하여 찬성 또는 반대하게 하는 투표운동을 할 수 없다’고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선관위가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 또는 예방에 나서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에는 2월 11일 시작 이후 3개월 만에 30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 다음 달이면 서울시 유권자의 5%인 41만8000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의 진정한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찬성과 반대 측에 공정한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곽 교육감과 서울시교육청은 주민투표 과정에 개입하지 말고 엄정 중립을 지켜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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