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사설]
2011년 5월 10일 화요일
공짜 급식으로 버려지는 우유 ‘하루 1만5000개’
서울시교육청이 올해 초등학교에서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한 이후 하루 1만5000개 이상의 급식용 우유가 버려지고 있다. 우유를 싫어하는 학생이나 알레르기 등 체질적으로 우유가 맞지 않는 학생들이 먹지 않고 그대로 남기는 것이다. 낭비되는 예산이 한 달에 1억 원이 넘는다. 한쪽에서는 학교시설을 고치는 비용을 빼내 전면 무상급식 예산으로 돌리는 바람에 학생들의 불편을 방치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식용 우유는 지난해까지 원하는 학생에게만 돈을 받고 제공했으나 올해부터는 학생 전원에게 공짜로 주고 있다. 그렇다고 우유를 남기는 학생에게 우유 공급을 중단하기도 어렵다. 공짜로 주는 우유를 우리 아이한테만 안 주느냐는 학부모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먹지 않은 우유가 교실 쓰레기통에서도 나오는 판이다. 학생들에게 절약을 가르치지는 못할망정 국민 세금으로 산 우유를 쓰레기통에 버리게 해서야 참교육이랄 수 없다.
1997년 개교한 서울의 한 중학교는 화장실 보수가 절실하다. 개교 이후 한 번도 화장실을 고치지 않았기 때문에 시설이 낡아 학생들의 불만이 크다. 요즘 아파트의 청결하고 편리한 변기에 익숙한 아이들은 문짝이 덜렁거리는 학교 화장실에 들어가기도 싫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이 중학교에 책정된 보수비용 3억여 원을 전액 삭감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은 낡은 학교 시설을 보수하는 데 2351억 원을 썼으나 전면 무상급식을 선거공약으로 내건 곽노현 교육감 취임 후 올해는 1207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두 차례에 걸쳐 260억 원이 또 삭감돼 최종적으로 947억 원이 됐다. 반면 무상급식을 위한 교육청 예산은 1162억 원이 새로 책정됐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시설 개선비용이 줄어든 것과 무상급식은 관계가 없다며 공사비를 절감해 나온 돈이라고 설명하지만 억지다. 화장실 보수 예산마저 삭감되는 판에 이런 말을 믿을 학부모가 어디 있겠나. 곽 교육감은 비가 새고 붕괴 위험이 있는 학교 건물에 가봤는지 궁금하다. 매일 버려지는 우유 1만5000개는 무상급식이 결국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무상급식 공약으로 재선에 성공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최근 유치원에 대해서도 무상급식을 하겠다고 나섰다. 무상급식만 해주면 유권자들이 무조건 지지해줄 것으로 아는 걸까.
'창(窓) > 게시판'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벨트, 이젠 과학을 담자 (0) | 2011.05.17 |
---|---|
“권력은 측근이, 재벌은 핏줄이 원수” (0) | 2011.05.16 |
대한민국을 ‘敵의 구역’이라고 하는 교사 (0) | 2011.05.14 |
곽 교육감의 주민투표 개입과 선관委의 방관 (0) | 2011.05.13 |
손 대표, FTA 국민이익 가로막는 게 민생정치인가 (0) | 2011.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