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권순활]
한강의 기적 50년, 문화혁명 45년
기사입력 2011-05-09 20:00:00
권순활 논설위원
5·16 정변 한 해 전인 1960년 79달러에 불과했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63배인 2만759달러로 늘었다. ‘맨큐의 경제학’에는 1960년부터 1991년까지 30여 년간 국가별 연평균 1인당 소득 증가율을 비교한 표가 실려 있는데 1위가 한국이다. 필리핀을 부러워했던 한국은 많은 개발도상국이 국가 발전 모델로 여기는 나라로 발돋움했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HDI), 이른바 ‘행복지수’는 국가 간 삶의 질을 객관적으로 측정, 비교하는 데 널리 사용되는 지표다. 인도 출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의 역량이론에 바탕을 둔 HDI는 건강(평균수명), 지식(교육 정도, 교육 기회, 초중고교 및 대학 등록률), 생활수준(1인당 국민소득)을 종합해 산출한다. 작년 한국의 순위는 세계 12위였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독립한 모든 신흥국 중 1위였고, 아시아에서는 일본(11위)에 이어 두 번째였다. 박정희 시대에 본격화한 경제발전은 겉껍데기 성장일 뿐이고 실제 삶의 질은 형편없다는 주장에는 억지가 묻어있다.
5월 16일은 중국에도 역사적인 날이다. 1966년 5월 16일 중국 정치국 상무위원회는 마오쩌둥(毛澤東)이 내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통지(通知)’, 이른바 ‘5·16 통지’를 채택한다. 극좌 이념의 광기(狂氣)가 최대 2000만 명의 중국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문화혁명이 시작된 날이다. 50년 전 박정희의 5·16과, 45년 전 마오쩌둥의 5·16의 차이 덕분에 한국인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중국에 주눅 들지 않고 훨씬 윤택한 삶을 한동안 누릴 수 있었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마오쩌둥을 우상화한 책이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던 시절이 있었음은 아이러니다.
우리 한국사 교과서는 경제도약 주역들의 공적을 평가하는 데는 인색하고 과오에는 지나치게 혹독하다. 노동자와 농민의 희생 때문에 경제발전이 가능했다는 강변도 눈에 띈다. 그러면 노동자와 농민이 우리보다 훨씬 심하게 희생당하는데도 경제는 붕괴된 북한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탈북시인 장진성 씨는 “한국사 교과서는 정부와 기업인을 상대로 시민들이 치열한 전쟁을 치른 민중봉기 국가, 지금도 그 전쟁을 호소하는 계급투쟁사, 운동권 교과서 같았다. 그럼 잘사는 대한민국은 언제, 누가 주었나?”라고 묻는다.
개발연대의 리더들도 상당수 ‘민주화 세력’과 마찬가지로 과오가 있었다. 하지만 역사의 큰 흐름에서 보면 박정희 이병철 정주영 박태준 구자경 최종현이 활약한 ‘발전과 건설의 업적’은 김영삼 김대중 전태일의 저항 및 투쟁과 또 다른 차원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 같은 민족임에도 하늘과 땅 차이로 살아가는 남북한의 현실을 모르는 양 ‘한강의 기적’을 깎아내리고 ‘빈곤과 폭압의 수용소 국가’를 옹호하는 뒤틀린 세력은 구제불능의 위선자들이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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