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촌놈’ 최경주가 PGA 별이 되기까지…
단단해 보이는 몸집에 까무잡잡한 얼굴, 그리고 매서운 눈빛.
'탱크' 최경주(41·SK텔레콤)는 한 눈에 봐도 운동선수의 몸을 타고났다. 하지만 골프 선수라고 하기엔 어딘가 낯설다.
바닷가인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어릴 적 다양한 운동을 했다. 완도 화흥초등학교를 다닐 때 그의 주 종목은 씨름과 창던지기였다. 6학년 때는 축구 선수로 변신했다. 공격수가 아닌 수비수, 그것도 주전이 아닌 후보였다. 완도중에 진학해서는 3년간 역도를 했다. 그런 그가 완도수산고 1학년이던 1986년 돈이 많이 드는 스포츠인 골프에 입문하게 된 것은 우연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 완도 촌놈, 프로 골퍼가 되다
처음엔 골프가 뭔지도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통학 길에 멀리 보이던 골프연습장을 그는 꿩 사육장으로 알았다. 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아본 체육교사는 그에게 반 강제로 골프채를 쥐였다.
그는 아버지가 모는 경운기를 타고 골프장을 다녔다. 역도와 씨름 등을 통해 다져진 튼튼한 하체와 손목은 골프엔 제격이었다. 더구나 그의 고향엔 널린 게 모래밭이었다. 그가 나중에 '벙커샷의 달인'이 된 것은 필연이었다.
벙커샷과 관련해서는 유명한 일화가 있다. 2009년 최경주는 한국 투어에서 뛰는 후배들인 배상문과 김대현을 미국 댈러스 집으로 초청해 사흘 내내 하루 4시간씩 벙커샷만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최경주는 "4시간 동안 벙커에서 아예 못 나오도록 했다. 쉴 때도 모래 위에서 쉬라고 했다"고 했다. 그 후 배상문과 김대현의 벙커샷은 몰라보게 늘었다.
1993년 프로에 데뷔한 최경주는 1995년 팬텀오픈을 시작으로 매년 우승을 거뒀고 1999년 일본을 거쳐 2000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출했다.
● 때론 강하게, 때론 유연하게
미국에 건너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연습장에서 어니 엘스(남아공)와 마주쳤다. 그런데 엘스가 인사를 받지 않자 그는 엘스의 연습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왜 인사를 받지 않느냐"고 따져 결국 사과를 받았다.
그만한 오기와 배짱이 있었기에 생면부지의 미국 땅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2002년 5월 월 열린 컴팩 클래식 우승이 시작이었다. 2004년 명인열전 마스터스에서 3위에 오른 그는 2005년 클라이슬러 클래식을 시작으로 2008년까지 매년 한 번 이상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고집이 셀 것만 같지만 그의 행동과 사고는 유연하다. 골프 클럽도 자주 바꾸고 신제품을 남보다 먼저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2006년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는 이듬해 시판 예정이던 사각 드라이버를 미리 들고 나와 우승했고, 지난해에는 샤프트 끝과 중간에 2개의 그립이 있는 희한한 모양의 퍼터로 경기에 나서기도 했다.
체중 감량과 스윙 교정으로 슬럼프에 빠졌던 2009년에는 "비행기도 장거리를 날려면 잠시 쉬지 않는가. 재도약을 위한 시행착오다"라고 했다. 그 때 말처럼 그는 2010년 부활의 시동을 걸더니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는 우승까지 차지했다.
● 골프계의 기부 천사
최경주는 평소 아낌없는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2002년 PGA 투어 컴팩 클래식에서 우승한 뒤 그는 우승 상금의 10%를 국내 자선단체와 미국 현지의 교회에 기부했다. 그는 "돈을 무덤까지 싸 가지고 갈 것도 아니지 않나. 나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좋은 일"이라고 했다.
2008년 소니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경기 이천시 냉동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을 위한 성금으로 3억 원을 기부했다. 또 그해 SK텔레콤오픈에서 우승한 뒤에는 상금 1억2000만 원 가운데 5000만 원을 불우아동 돕기 성금으로 쾌척했다. 그는 2007년부터는 자신의 이름을 딴 '최경주 재단'을 출범시켜 골프 꿈나무 육성에도 힘을 보태고 있다.
17일 금의환향하는 최경주는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장에서 열리는 SK텔레콤 오픈에 출전해 후배 선수 및 팬들과 반가운 만남의 자리를 갖는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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