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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한국계 美대사에게 거는 기대

namsarang 2011. 6. 7. 23:37

[시론/김성한]

첫 한국계 美대사에게 거는 기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차기 주한 미국대사로 성 김 국무부 북핵 6자회담 특사를 내정하고 한국 정부에 아그레망(주재국 임명 동의)을 요청했다. 캐슬린 스티븐스 현 주한 미국대사가 한미 수교 후 첫 여성대사였다면, 김 특사가 아그레망 취득 후 미 상원 인준절차를 거쳐 부임하면 한미 수교 후 첫 한국계 미국대사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다.

한국계, 美 주류사회 진출 신호탄

2010년 3월 9일, 한인 이민자가 미국 땅에 첫발을 내디딘 지 107년 만에 미국 사회 발전에 기여한 한인들의 공로를 인정하는 결의안이 미 의회를 통과한 바 있다. 이 결의안은 “미국 국민들은 미주 한인들이 미국 사회에서 기여한 매우 소중한 공헌을 인정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미주 한인 공로 결의안’ 통과 후 1년여 만에 한국계 주한 미국대사가 탄생한 것은 한국계 미국인들의 주류사회 진출의 새로운 도약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내정자는 어디까지나 미국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관이기에 미국의 이익을 위해 일한다는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이유로 우리가 그에게 한국 이익을 대변해 주도록 하려 한다면 그는 미국 주류사회에서 영원히 제명당할 것이다. 우리가 김 내정자를 반기는 것은 단순히 ‘지한파(知韓派)’라는 차원을 넘어 그가 한국인 유전자를 가지고 한국에서 유소년 시절을 보낸 미국인이기에 한미 간에 어려운 문제가 등장할 때 한국의 문화나 정치적 뉘앙스 등을 두루 고려해 ‘윈윈’ 해법을 제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한미관계는 ‘역사상 최고’ 수준을 유지했다. 양국 대통령이 한미 군사동맹을 포괄적 동맹으로 확대시키고, 협력의 공간을 지역 및 범세계적 수준으로 확장시키는 ‘전략동맹’에 합의하고 이를 실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금의 한반도 정세는 예사롭지 않다. 북한은 천안함 폭침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자행한 이후에도 반성의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은 채 남북한 비밀접촉 사실을 폭로하는 등 국제 외교관례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동을 하고 있다. 한편 북한은 식량 부족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방북한 미국 로버트 킹 특사에게 미국인 억류자 전격 석방이라는 ‘선물’을 안기는 등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이 제시한 ‘3단계 해법’(남북대화-미북대화-6자회담)의 첫 단계를 건너뛰고 미북대화로 나아가려는 북한의 저의가 엿보인다.

한미동맹의 중장기적 발전 방향도 관심 사안이다. 2015년으로 예정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대비, 대북 ‘적극적 억제전략’ 실현을 위한 무기 도입, 미국의 국방비 삭감 추세가 주한미군의 규모와 방위비 분담에 미칠 영향, 통일 전후 한미동맹의 역할 등을 한미 양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또한 미군의 고엽제 매립은 그 무엇보다 휘발성이 큰 문제다. 양국 정부가 이 문제를 잘못 다룰 경우 ‘제2의 광우병 파동’으로 발전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한미관계 한 단계 더 도약 기대

주한 미국대사는 미 행정부의 대한반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 정무적 판단을 돕는 첨병 역할을 한다. 한미 양국의 이해가 아무리 일치한다고 하더라도 강대국인 미국과 중견국인 한국 사이에 전략적 우선순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간극을 최소화하기 위한 과정에서 주한 미국대사의 남다른 역할이 요구되곤 한다. 그러기 위해선 미국과 한국 정부의 입장을 꿰뚫고 있어야 하고 한국의 국내 정치적 상황이 미국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능력을 두루 갖춘 김 대사가 한미관계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데 기여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일민국제관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