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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대학 퇴출시키고 반값 등록금 논의해야

namsarang 2011. 6. 8. 21:48

[동아일보 사설]                                                                                                                                                                               2011년 6월 8일 수요일

 

부실대학 퇴출시키고 반값 등록금 논의해야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대학생 등이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반값 등록금 공약 이행을 요구하며 9일째 촛불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려대 등 4개 대학 학생회는 반값 등록금을 촉구하는 동맹휴업을 결의했다. 촛불시위의 참가인원은 400명 안팎이라지만 등록금 문제가 집단행동이나 시위로 밀어붙일 사안은 아니다.

우리나라 등록금이 비싼 근본 원인은 사립대학들의 재정이 취약해 등록금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등록금에서 쓰고 남은 수입을 적립금으로 전환하고 있다. 적립금은 대학이 기부금, 투자수익금 등을 연구 건축 등 특수 목적에 쓰기 위해 별도로 예치해 두는 돈이다.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는 필요하지만 등록금 아닌 다른 재원으로 해야 한다. H대는 등록금의 22%인 545억 원을 적립했다. 그렇다면 등록금을 22%까지 낮출 수 있다는 논리도 타당하다.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이 실현되면 교육여건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부실 대학들의 수명을 연장해 줄 것이다. 일부 대학은 수능이나 내신성적을 따지지 않고 신입생을 뽑아 등록금 장사를 한다. 이런 대학에 국민세금으로 등록금을 대주는 것은 죽어가는 환자의 생명을 인공호흡기로 연장시켜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등록금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세계 최고 수준인 대학진학률이 더 높아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학진학률이 80%에 육박하고 345개 대학에 학생 수는 300만 명에 이른다. 대학만 나오고 취직을 못 하는 대졸백수의 문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대학들이 등록금을 낮추기 위해 자구 노력을 하는 것이 먼저다. 수원대는 3년 동안 등록금을 동결했고 대학적립금에서 250억 원을 장학기금으로 조성했다. 수원대 교직원 수는 107명으로 비슷한 규모 대학의 절반이다. 이인수 총장은 “우수한 교수진과 헌신적인 행정조직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여 내실 있는 학교 운영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도 이렇게 못 할 리 없다.

정치인들이 내년 총선과 대선의 표심만을 의식해 반값 등록금 문제에 접근하면 국가 백년대계(百年大計)를 그르칠 수 있다. ‘조건 없는 반값 등록금’은 여유 있는 계층에까지 학자금을 국가재정으로 대주자는 얘기다. 가난한 학생에게 돌아가야 할 몫을 부유층이 빼앗아가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무상급식에 비할 수 없이 큰 재정이 들어갈 것이다. 막대한 재정 투입에 따른 후폭풍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연구 관련 예산이 줄어들어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대학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데도 장애가 될 수 있다.
정치인들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 일이 아니라 대학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진정으로 가난한 가정의 대학생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