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상담

(106) 사방에 문제투성이인 인생

namsarang 2011. 6. 15. 20:04

[아! 어쩌나?]

(106) 사방에 문제투성이인 인생



Q. 사방에 문제투성이인 인생

 사십 대 초반 주부입니다. 요즘 들어 제 주변에 저를 힘들게 하는 일이 자꾸만 생기고 있습니다. 남편은 직장을 그만두고 사업을 하겠다며 쉰 지가 벌써 몇 달이 됐고, 아이들은 집안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기 멋대로 살려고 합니다.
 
 성당에서 봉사하는 단체는 저와 맞지 않는 자매가 생겨서 매우 힘듭니다. 올해 들어 갑자기 이런 일이 계속 일어나다 보니 어떤 분은 저보고 점을 보라고 합니다. 때로는 정말 점이라도 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남편과 자식 문제를 해결하고 저와 맞지 않는 자매와도 감정을 풀 수 있을까요?

 
 

A. 산 넘어 산이라고, 그렇게 문제가 겹겹이 생기면 마음과 몸이 많이 지치지요. 자매님에게 문제 다루는 법을 몇 가지 알려 드릴 테니 참고하셔서 마음이 편안해지길 바랍니다.
 
 자매님은 남편과 자녀가 변화하기를 원합니다. 자매님이 보기에 문제인 남편과 아이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하니 그런 바람을 갖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요. 그런데 심리치료에서 문제가 생긴 사람은 문제 행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마음이 불편한 사람, 마음이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그 사람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합니다.
 
 즉, 남편이나 자식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이 힘든 자매님이 문제란 것입니다. 우선 이것이 식별돼야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별 생각 없이 편하게 사는 다른 사람들 문제를 끌어안고 살다가 본인 병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조언은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의 포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아주 힘들어하는 분들을 보면 대체로 자기만이 세상에서 가장 힘겨운 삶을 사는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물론 그런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문제의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를 치려는 사람들 먹잇감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람이 가진 비교심리를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람은 자기보다 더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면 자기는 문제투성이 인생이라 여기며 힘들어하고, 자기보다 못한 사람을 보면 자기 인생이 웬만큼 성공한 듯한 기분을 갖습니다. 따라서 인생살이가 문제투성이라고 생각할수록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분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해서 마음의 짐을 더는 게 좋습니다.
 
 세 번째 조언은 비슷한 문제를 안고 사는 사람들을 만나서 위로를 받는 것이 좋습니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야 진심으로 해주는 위로와 격려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매님이 마음이 굳건한 분이라면 문제가 내게 던져주는 의미를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자매님이 어느 정도 마음의 안정을 찾은 후에 따라 할 수 있는 방법이기에 그냥 참고로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많은 분이 인생길에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삽니다. 그러다가 문제가 생기면 문제를 마치 적군처럼 여기고 싸워서 굴복시키려 합니다. 특히 성격적으로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하거나 완고한 사람일수록 끝장을 보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래서 병이 생기면 투병생활을 한다고 하고, 문제가 생기면 투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합니다.
 
 문제는 이처럼 문제를 적으로 여기고 싸우다 보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굳건할 정도로 마음의 힘이 있는 분들에게는 과정 지향 심리학에서 주장하는 수행형 삶을 살 것을 권합니다. 과정 지향 심리학에서는 문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인생이 가져다주는 사건이다. 내가 지금 자각할 필요가 있는 중요한 것을 깨닫게 해주는 인생의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주는 스승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외부에서 원인을 찾으려 하면서 원망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문제를 피하려 말고, 문제를 통해 내적 성숙을 기하라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진 문제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리고 세상 사람 중에 문제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해온 사람들은 자기 마음먹은 대로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압니다. 우리 인생살이에 주어지는 문제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갖는 문제는 이런 특질을 가진 것이기에 우리는 문제가 마음먹은 대로 해결이 안 된다고 발을 동동 구를 것이 아니라 '지금의 이 문제가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려고 하는 것인가'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져야 진정한 내적 평안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또 같거나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덜 당황해하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는 말씀은 바로 이런 관점에서 깊이 묵상할 필요가 있습니다.


                                                                                                                              홍성남 신부(서울 가좌동본당 주임) cafe.daum.net/withdob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