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덕노의 음식이야기]
<50> 준치회
얼마나 맛있으면… “썩어도 준치”라 했을까
“썩어도 준치.”
너무나 맛있어 썩어도 제값을 한다는 뜻에서 생긴 말이다. 준치의 한자 이름을 보면 준치가 얼마나 맛있는 생선인지 알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준치는 진짜 생선이라는 뜻으로 진어(眞魚)라고 한다. 준치와 비교하면 다른 생선은 모두 가짜에 불과하고 오직 준치만이 진짜라는 의미다.
또 다른 이름으로 시어(시魚)가 있다. 물고기 어(魚) 변에 때 시(時)자를 쓰는데 제철이 지나면 완전히 사라졌다가 이듬해 다시 나타나 생긴 이름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玆山魚譜)’에서 시어는 크기가 두세 자 정도로 비늘과 가시가 많으며 등이 푸른데 맛이 좋고 시원하다고 했다.
맛이 좋은 데다 아무 때나 맛볼 수 없는 생선이니 귀한 대접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준치의 한 종류인 시어를 팔진미 중 하나로 꼽았다. 산해진미는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흔히 곰 발바닥, 낙타 등, 사슴 꼬리, 바다제비 집, 상어 지느러미, 시어를 꼽는데 준치인 시어가 당당하게 팔진미의 대열에 끼어든 것이다.
중국의 4대 미인은 양귀비, 서시, 초선, 왕소군인데 시어가 얼마나 맛있는지 서시에 빗대어 ‘물속의 서시’라고 했다. 4대 미인처럼 4대 미어(美魚)도 있는데 생김새가 아닌 맛 기준으로 준치도 여기에 포함된다. 황허강에서 잡히는 잉어, 이수이 강의 방어, 쑹장 강의 농어, 그리고 준치의 한 종류인 창장 강의 시어다. 하지만 팔진미에 포함되는 창장 강의 시어는 지금은 멸종됐다.
중국에서는 창장 강의 시어를 최고라고 했지만 우리는 한강의 웅어가 가장 맛있다고 했는데 허균은 ‘도문대작’에서 웅어가 바로 시어인 준치라고 했다. 사실 준치와 웅어는 사촌 정도 되는 생선이다.
올라가는 길목 15km마다 대형 수족관을 만들어 놓은 후 낮에는 기를 꽂고 밤에는 불을 피워 위치를 알려가며 3000마리의 말과 수천 명의 인원을 동원해 준치를 날랐는데 도중에 수많은 사람과 말이 죽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베이징으로 수송한 준치는 운송 도중에 죽거나 신선도가 떨어져 황제가 먹을 수 있는 것은 1000마리 중에서 서너 마리에 불과했다.
그래서 황제가 하사한 신선하지 않은 준치를 맛본 청나라 관리가 장쑤 성을 여행하면서 진짜 신선한 생선을 맛보고 이것은 준치가 아니라고 우겼다는 이야기가 있다.
썩어도 맛있다는 생선인 준치는 맛은 좋지만 잔가시가 많아서 잘못 먹으면 목에 걸릴 수가 있다. 그래서 옛날에는 권력이나 명예, 재물을 탐내면 불행이 닥칠 수 있으니까 조심해야 한다며 시어다골(시魚多骨)이라고 훈계를 했는데 요즘도 유효한 교훈이다.
예전에는 초여름에 접어드는 요즘이 준치회, 준치찜, 준치만두의 제철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준치가 흔치 않아 준치회나 준치찜을 먹으려면 일부러 맛 집을 찾아다녀야 하지만 한 번쯤은 썩어도 맛있다는 생선을 맛보며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도 좋겠다.
<윤덕노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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