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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선택제 폐지로 공교육 더 엉망 만들 건가

namsarang 2011. 7. 9. 12:00

[사설]                                                                                                                                                                                            2011년 7월 9일 토요일

 

고교선택제 폐지로 공교육 더 엉망 만들 건가

 

 

서울시교육청이 재작년부터 시행한 고교선택제를 내년 입학생까지만 유지하고 2013년 입학생부터는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현재 중학 2학년이 고교에 진학할 때는 원하는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비중을 대폭 줄이거나 없애고, 집과 가까운 학교에 강제 배정하는 ‘선(先)지원-근(近)거리 균형배정’ 방안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10월까지 공청회를 열어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다지만 요식행위에 흐를 가능성이 높다. 곽노현 교육감은 두 달 전 “선호학교와 비(非)선호학교 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며 고교선택제 폐지 또는 수정 방침을 공언한 바 있다.

고교선택제의 목적은 학교 간 경쟁을 통해 공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도입 첫해인 2010년 지원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17 대 1을 기록한 구로구 신도림동의 신도림고였다. 교육여건이 좋은 인근 목동지역에 학생들을 뺏기지 않으려고 맞춤형 방과후 수업, 교과교실제를 마련하고 교장이 최고경영자(CEO)처럼 앞장서면서 “교사들의 열의가 대단하다”는 입소문이 퍼진 결과였다.

잘 가르치는 학교일수록 학생들이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다. 선호학교와 비선호학교 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것도 고교선택제가 성공적으로 안착 중이라는 의미로 봐야 한다. 교육당국은 ‘당근과 채찍 정책’을 통해 비선호학교도 선호학교로 변화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마땅하지, 선택 자체를 없애는 것은 경쟁 없이 적당히 질 나쁜 교육을 시키는 학교를 양산하는 꼴이다. 비선호학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학생들을 강제로 채워줄 테니 잘 가르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없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학생과 학부모들 처지에서 보면 공교육 개혁의 명백한 후퇴다. 특히 사회경제적 환경이 좋지 않은 지역의 학생들은 근거리에 강제 배정됨으로써 더 좋은 교육을 받을 기회를 잃는다.

학교에서 경쟁을 유예(猶豫)한다고 해서 학생들이 세상에 나와 경쟁을 피할 방법은 없다. 경쟁 없는 세상이라는 환상을 심어줌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학생만 결국 피해자가 된다. 경쟁 없는 사회는 과거 사회주의 국가들이 보여주듯이 정체할 수밖에 없다.

미국 영국 일본 같은 선진국에서도 고교선택제를 실시하고 있다. 비선호학교에 우수 교사를 보내고 교육여건 개선을 대폭 지원해 더 많은 학교를 선호학교로 만드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래도 개선되지 않는 학교는 퇴출도 불사해야만 공교육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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